일단 봐야 하는 영화…7월 4주차
일단 봐야 하는 영화…7월 4주차
  • 손정빈 기자
  • 승인 2015.07.2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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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 영화
7월 4주차 개봉 영화 1편과 주요 영화 간단평.

◇즐겨요…'암살'(감독 최동훈)

'도둑들'(2012)이 1290만 관객을 불러 모았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걸 이룬 감독이 전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또 한 번 영화를 만드는 건 무의미한 일이고, 그것은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한 창작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최동훈은 변하고 있다. '변했다'라고 쓰지 않은 것은 '암살'이 최동훈 영화 변화 과정의 중간 단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암살'은 재밌는 영화다. 이 정도 할 수 있는 감독, 해외에도 많지 않다.

◇아니올시다…'쓰리 썸머 나잇'(감독 김상진)

'쓰리 썸머 나잇'은 '행오버'(감독 토드 필립스)가 아니었다. 어차피 최소한의 개연성도 갖추지 않은 이야기의 영화이기에 이 작품이 얼마나 논리적인지, 설득력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웃기냐 안 웃기냐다. 결론은 안 웃긴다. 관객의 웃음을 짜내기 위해 수없이 반복됐던 패턴의 코미디가 또 반복된다. 2000년대 초반에 보던 '주유소 습격 사건'식 코믹소동극의 패턴 그대로라면 감이 오려나. 김상진 감독은 '주유소 습격 사건'(1999)을 연출했다.

◇글쎄…'픽셀'(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픽셀'은 상상 자체가 기발한 영화이기는 하다. 80년대 유행하던 비디오 게임 형태를 한 악당이 나타나고, 그 당시 그 게임에 미쳐있던 '너드'들이 이들을 물리친다는 설정. 이 생각을 영상이미지로 만든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영화는 딱 애덤 샌들러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상력이 영화 배경을 설정하는 데서 그치니 흥미가 오래 가지 않는다. 갤러그나 팩맨 같은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추억에 빠질 수도 있다.

◇글쎄…'다크 플레이스'(감독 질스 퍼켓-브레너)

'매드 맥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두 주인공 셜리즈 시어런과 니콜라스 홀트가 나오고, '나를 찾아줘'의 원작자인 길리언 플린의 또 다른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에서 '다크 플레이스'는 일단 주목할 만한다. 문제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조지 밀러도, 데이비드 핀처도 아니라는 점이다. '다크 플레이스' 역시 '나를 찾아줘'와 마찬가지로 스릴러물. 그런데 이 스릴러에는 스릴이 없다. 치명상을 입은 영화가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물건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파는 방식이 잘못된 상황이다. 그래서 지루하다.

◇만세!…'인사이드 아웃'(감독 피트 닥터)

픽사는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이 창의적이고 사려 깊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그들의 30주년 작품을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감동의 정점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식으로 내놨다. 그렇다. '인사이드 아웃'은 걸작이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가장 설득력 있는 형태로 이미지화하는 상상력, 인간이라는 존재에 조심스레 접근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어떤 영화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것이다. 볼까 말까 고민하지 마시라.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

◇글쎄…'손님'(감독 김광태)

'손님' 속 네 가지 코드, '손 없는 날'이라는 토속 신앙과 서양 전설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리고 폐쇄된 집단의 광기와 부성애는 분명 흥미롭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포함한 영화는 다양한 관객이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물론, 잘 만들어졌을 때. '손님'의 취약점은 '감정 설득의 결여'다. 다양한 콘셉트를 교직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캐릭터와 캐릭터, 사건과 사건 사이를 이어줄 감정의 연결 고리를 놓치고 말았다. 정서가 흔들리니 서사도 흔들리고 만다. 이 상황에서 남는 건 결국 '피리 부는 사나이'의 한국화뿐이다. 이 정도로 관객을 끌어 모을 수는 없다.

◇글쎄…'인시디어스3'(감독 리 워널)

조금 겁은 나지만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 그리고 가끔 유머러스한 미국식 공포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소녀와 그가 사는 집, 그리고 퇴마사의 등장은 공포물을 즐기는 관객에게 매우 익숙한 설정이다. 영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그대로 흘러간다. 그렇게 그대로 흘러가다가 끝난다. '인시디어스3'는 전작의 프리퀄과 같은 작품이다.

◇아니올시다…'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영화가 후속작이 나올수록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이라는 대사에 모든 관객이 전율을 느끼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이 대사는 웃음거리가 됐다. 어쩌다 이렇게 망가진 것일까. 이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앨런 테일러 감독은 자신이 펼쳐놓은 서사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자 '이 죽일 놈의 추억팔이'를 들고 나왔다.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터미네이터1, 2 연출)은 또 무슨 생각이었을까.

◇글쎄…'연평해전'(감독 김학순)

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했다. '휴먼 감동 실화'라는 수식어처럼 전반부에는 북한군과 교전을 벌였던 군인들의 인간미를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들의 전투를 담았다.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영화다. 우리는 전사자들을 좀 더 명예롭게 떠나 보낼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앞뒤 상황을 전혀 모르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그저 그런 전쟁영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더 복합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연평해전'은 너무 단선적이다.

◇아니올시다…'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

1993년 '쥬라기 공원' 첫 번째 작품 이후 이 시리즈는 이미 망가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했다. '쥬라기 월드'는 영화라기보다 125분짜리 정교한 공룡 동영상에 가깝다. 22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이제와서 반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그래픽이 날로 향상하는 시기에 이 정도 기술력에 압도당할 관객이 있기나 할까. 이 영화가 공룡이라면 좋아 죽는 삼둥이 대한·민국·만세를 겨냥한 영화라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견제할 수 있는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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