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반입 금지…철창 속 작은 세상
'자유' 반입 금지…철창 속 작은 세상
  • 김예지 기자
  • 승인 2015.10.2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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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여자교도소 수용거실
5평(16.64㎡) 남짓한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문득 가족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순간, 교도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3002번! 눕지마세요. 정해진 시간에만 누울 수 있어요."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다. "그래, 나는 오늘 3002번이었지…."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던가. 26일 법무부가 교정의 날 70주년을 맞아 공개한 청주여자교도소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인 범죄로 인해 철저하게 자유가 차단된 공간이었다.

이날 오후 2시 일일 수형자 체험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도관이 청주여자교도소 철문에 달린 커다란 자물쇠를 열어주자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잠깐이지만 수감자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지하로 내려가는 철문 두개를 지나 입출소대기실에 들어섰다. 가져온 짐을 이불 위에 쏟아냈다. 소지품 대부분이 영치망에 담겨졌다. 입소 전에는 메니큐어와 색조화장을 지워야 한다.

청록색 수형자복에 하얀색 끈 없는 운동화를 받아들었다. 수형복을 갈아입으려 탈의실에 들어갔더니 교도관도 따라 들어왔다. 교도관은 흉터나 상처가 없는지 수형자의 몸을 샅샅이 살핀다. 마약사범의 경우 항문 안을 촬영하는 특수 기계로 추가 검사까지 한다니 이 또한 수감되기 전 지켜야 하는 과정인 셈이다.

곧이어 등급 분류를 위한 상담을 받으러 이동했다. 교도관의 시선은 항상 등 뒤에 꽂혔다. 방향 전환이나 문을 나서는 것도 교도관의 지시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신입 입소자는 생활환경조사서와 법무부 개발 교정심리 검사를 통해 S1~S4 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에 따라 처우도 다르고 배정 받을 수 있는 작업장도 다르다.

생활환경조사서에는 인적사항부터 유년기 가정환경, 친한 친구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초기와 중기, 후기로 나눠 수용생활 계획을 작성한다.

검사를 끝낸 뒤에는 집중인성교육에 참여했다. 강의가 한창이었다.

강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적으세요"라며 커다란 꽃이 그려진 색종이를 나눠졌다. 꽃잎 5개에 수형자들은 '자유', '가족', '희망', '슬픈 기억 삭제', '혼자만의 시간', '산책', '엄마' 등을 꾹꾹 눌러적었다.

흰머리가 3분의 2쯤 드러난 중년 여성은 "제일 힘든 게 무엇이냐"는 강사의 질문에 눈시울부터 붉어졌다.

"자유가 없는 거요.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 캐나다로."

그 여성의 아들은 캐나다에 살고 있다. 동료 수형자가 휴지를 가져다 이 여성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 와중에 한 수형자는 교도관과 화장실을 다녀왔다. 감시가 아무렇지 않은 듯.

강사는 "내 번호가 아니고 우리 엄마가 불러주던 그 이름을 스스로 부르면서 하루를 끝내세요"라고 조언하며 강의를 마쳤다.

줄지어 각자의 방으로 이동했다. 교도관이 뒤에서 "우측 통행입니다. 한줄로 가세요"라며 소리쳤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몸이 움추려 들었다.

2사동 19번실에 다시 갇혔다. 바닥에 손을 대보니 순간 냉기가 올라왔다. 입소시 받은 물품은 담요와 베개, 방석, 식기가 전부. 얇은 담요 하나에 의지해 냉기를 이겨내야 한다. 난방은 오후 7시30분에 한 시간 정도 가동된다.

담요로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다면 자비로 밍크 담요 등을 사야한다. 돈이 없으면 서럽다는 건 바깥 세상과 똑같았다.

방 입구에 놓인 종이 한장 크기의 약수통에는 하루 두번 인원수에 맞게 끓인 물이 담겨온다. 찬물이 마시고 싶거나 물을 더 마시고 싶다면 돈을 내고 생수를 사야한다.

자비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 많아지면서 교도소 내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졌다.

구매를 원하는 물품은 OMR에 물품번호를 표시해 제출한다. 커피도 밀크, 설탕, 무설탕으로 나뉠 정도로 과자와 화장품, 약품 등의 종류가 다양하다. 물건들은 제각기 들어오는 날짜가 있다. 크림소보루는 매달 30일에 받을 수 있다.

일일 수형자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 문득 19번실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거울이 거울이 아니었다.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서야 또렷이 보이는 게 무슨 거울인가. 흉기로 사용될 수 있어 일반적인 거울은 반입조차 할 수 없는 곳.

그곳에서의 하루가 지고 있었다. 오후 5시 30분 일일 수형자 체험이 끝났다. 영치망에서 입소시 입고온 옷을 꺼내입었다. "고생 많이 했다. 여기서 얼굴 다시 볼 일 없으면 좋겠다. 법을 잘 준수하고 살아라"는 교도관의 말이 새삼스럽다.

마지막 신분 확인을 마치자 교도소 철문이 열렸다. 높은 담벼락. 그 사이로 보이던 운동장 크기의 하늘이 어느새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왔다. 그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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