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억류 13人과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데자뷰
中억류 13人과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데자뷰
  • 백영미 사회부 기자
  • 승인 2015.12.03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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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길'을 가슴 아리며 봤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프랑스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돼 현지 감옥에 수감된 장미정씨의 실화를 담아낸 '논 픽션'이다.

4살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 장씨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운반하면 4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누군가가 주는 가방을 옮긴다. 알고보니 장씨가 옮긴 것은 마약 코카인. 생활비를 벌려던 장씨는 졸지에 마약소지범으로 몰려 프랑스 외딴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2년 가량 갇혔다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다.

낯선 외국 땅에서 억울하게 장시간 억류돼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제2, 제3의 장미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6월 파라다이스 등 한국 카지노업체 직원 13명은 불법 모객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지 6개월을 맞았지만 아직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베이징에 6명, 상하이에 7명이 각각 억류된 상태로 아직도 수사를 받고 있다.

1년이 넘도록 재판도 받지 못하고 프랑스 교도소에 갇혔다가 갖은 고초를 겪고 풀려난 장미정 사건과 묘하게 겹쳐진다.

장씨와 해당 카지노 직원 모두 알았던 또는 몰랐던 마약운반죄, 도박알선 등 현지법을 위반했다. 중국에서는 외국 카지노 업체와 외국인이 고객 모집 활동을 하는 것이 불법이다. 하지만 장씨와 해당 카지노 직원들이 저지른 죄에 부합하는 죗값을 치렀는지, 또 치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나라마다 법적 절차가 있긴 하지만 해외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보다 좀 더 불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와 각국 대사관이 자국민 보호에 소홀하면 국민이 억울하게 과도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외교부와 대사관에서 자국민에 대해 관심을 조금만 더 가져준다면 억류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는 것을 막을 순 있지 않겠는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런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났다.

실제로 '집으로 가는 길'은 대사관의 자국민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프랑스 대사관은 변호사를 살 돈이 없는 장씨의 남편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사건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통역관도 보내주지 않는다.

물론 영화에서 대사관 공무원의 행동이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중국에 억류돼 있는 카지노 직원들은 마케팅 업무 특성상 중국어에 능통하고 회사에서 변호사도 선임해 줬다는 점에서 어쩌면 장씨보다 처한 상황이 조금은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속에 '제2의 장미정씨'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매 한가지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판사가 장씨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장씨는 "저 그냥 집에 갈래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딸이 보고 싶어요. 가족 곁으로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울먹인다.

중국에 억류돼 있는 이들도 똑같은 심정이 아닐까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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