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반백년, 문학성 강화·젊은 문예지 창간
'창작과 비평' 반백년, 문학성 강화·젊은 문예지 창간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6.0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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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50주년 기념호
지난해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논란으로 촉발된 문학권력 시비의 중심에 있었던 출판사 창비가 계간 '창작과 비평' 50주년을 맞아 쇄신에 나섰다.

계간 창비는 1996년 1월15일 132쪽 작은 책으로 나왔다. 군사정권 때인 1980년 폐간과 함께 1985년 출판사 등록 취소를 겪었다. 1988년 복간과 출판사 명의 회복을 거쳐 통권 171호이자 2016년 봄호로 50주년 기념호를 발간하게 됐다.

앞서 퇴임한 창비의 상징인 백낙청(78) 전 편집인(서울대 명예교수)의 빈자리는 새 진용으로 꾸렸다. 백 전 편집인과 함께 미술평론가인 김윤수(79) 전 발행인, 연세대 사학과 교수인 백영서(63) 전 편집주간도 물러났다. 백 전 편집인은 명예편집인, 김 전 발행인과 백 전 주간은 고문이다.

이들을 대신해 강일우(51) 발행인 및 편집인(대표이사), 한기욱(59) 편집주간(인제대 교수), 이남주(51) 부주간(성공회대 교수)를 내세웠다. 강 대표는 계간 발행에 관한 법적 책임을 갖지만, 편집권은 주간을 중심으로 하는 편집위원회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약 20명에 달하는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진은 평균 연령 50대에서 40대로 낮아졌다.

한 주간은 편집위원회를 대표해 계간의 편집을 총괄하며 창비의 문학 담론과 비평적 논의를 맡는다. 이 부주간은 계간 편집 책임을 분담하며 인문사회적 논의와 온라인주간 '창비주간논평'(2006년 창간)의 기획을 책임지게 된다. 한영인 문학평론가와 김태우 서울대 HK연구교수가 신임 편집위원으로 합류했다.

한 주간은 20일 창비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계간 창작과비평은 앞으로도 문예지와 정론지의 성격을 겸한다는 원칙을 지키되 문학 중심성을 기조로 문예지의 성격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현안과 민중의 삶에 열려 있는 큰 문학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학에 더 주력하겠다고 했지만 "파격적으로 계간 창비가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중요한 변화가 읽힐 것이다. 단시간에는 안 되겠지만 실천성과 운동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겠다. 시대 인식과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작년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정치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면, 기득권을 위하는 것이지만 비평 정신이 시대를 변화시키는 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 점에서 문학중심이 강화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창비와 함께 3대 문학출판사로 묶이는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는 자체 계간을 중심으로 이미 쇄신에 들어갔다.

문학동네는 강태형 전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인 남진우·서영채·류보선·신수정·이문재·황종연씨 등이 지난 겨울호를 끝으로 자리를 내놓았다. 편집이사였던 염현숙 대표 체제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12일 창간 40주년을 맞은 문학과지성사는 5세대 편집 동인들이 올해 여름부터 계간 '문학과 사회'를 편집한다고 밝혔다. 동인 여섯명 모두 30대라는 점이 주목된다. 명실상부한 세대교체인 셈이다.

창비는 젊은 문예지를 창간하는 것으로 문학성과 쇄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강 주간은 "문예지일 뿐 아니라 정론지를 겸하는 계간 창작과비평의 특성상 최근의 다양한 문학 조류와 경향을 담아내는 데 지면상의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다. "시대현실에 대한 고민을 발랄한 어법에 녹여 대중과 소통하는 젊은 창작자들이 적지 않으나 이들을 위한 발표공간은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의 잡지를 창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편집권은 새로 구성되는 4~5인의 젊은 편집위원진에 위임, 계간 창작과비평과 독립적인 잡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창비는 이를 위한 재정적인 지원과 편집 실무만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위원진은 젊은 시인, 소설가와 문학평론가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문학동네' '문학과 사회'처럼 지면 역시 시, 소설, 평론, 산문, 르포, 만화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 창간시기는 2016년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다. 역시 계간 형식이다.

한 주간은 "잡지의 성격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대략적인 것은, 발랄하되 시대 정신과 삶의 현장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에게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알렸다. "간섭이 없어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신경숙 표절 시비와 문학권력 논란은 "창비에게 하나의 시련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낮은 자세로 한국 문학에게 헌신하는 길이 앞으로 여전히 중요한 잡지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판단했다.

"그런 점에서 창비의 향후를 눈여겨봤으면 한다. 표절시비와 문학권력 논란은 하나의 성찰이 된 것은 분명하다. 창비가 초기에 잘못된 대응을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반성할 것도 적잖이 있다. 초기 대응 이후에 내부적으로 중지를 모으고 창비 나름의 원칙을 수렴했다. 한국 문학을 위해서 창비 나름의 소신과 원칙은 지켰다고 자평한다."

편집위원진이 학계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는 지적에 "문학평론가가 많이 포함됐는데 서울의 유명 대학에 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말은 기득권에 안주해서 편하게 문학을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간 창비가 한국문학을 얼마나 챙겼느냐, 그 건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창비 본사는 경기 파주에 있는데 최근 서교동에 마련한 창비 서울사옥은 한국문학의 현장에 좀 더 관심을 쏟겠다는 노력의 하나다. 한 주간은 "앞으로 낮은 자세로 작가, 독자와 소통하겠다. 밑으로부터 문학의 활성화를 꾀하겠다. 서울사옥이 모임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창비는 이와 함께 세교연구소와 공동으로 문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대중교육사업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인 창비학당을 설립했다. 2월 중 개강할 예정이며 사무소와 5개 강의실은 창비 서울사옥에 생긴다. 7월부터는 온라인 강좌로도 서비스된다.

또 창비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 전국순회 문학행사, 50주년 단행본 기획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스마트폰과 SNS 등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젊은층을 겨냥, '창비시선' 400번 발간을 기념해 한국의 대표시와 창비시선 전400권이 포함된 '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강 대표는 "현재 한국 문학이 나빠서 안 팔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 현상 자체가 자연스럽게 강화됐다"며 "문학을 포함한 출판 산업을 밝게 보고 있다. 옛 위상까지는 아니지만, 독자의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간과 부주간의 임기는 3년, 편집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상임, 비상임 간의 임무 변경은 1년 단위로 한다. 임기제를 통해 상시적으로 젊은 인재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계간 창비는 2015년 겨울호 기준으로 종이책 발행부수는 9000부다. 정기구독 7000여부와 서점판매 1000여부를 기록하고 있다. 전자구독자는 1200명선이다. 40주년 기념호(2006년 봄호) 이후 10년이 경과함에 따라 50주년 기념호부터는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개편한다.

계간 창비 50주년 축하모임은 50주년 기념호가 정식으로 발간된 직후인 2월24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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