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0점. 소처럼 등급 매기는 제도 폐지해야"
"장애인 복지 0점. 소처럼 등급 매기는 제도 폐지해야"
  • 최성욱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승인 2016.04.2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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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보행 체험하는 학생들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28.16%밖에 안 됩니다.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39.6%이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장애인이 70%입니다. 장애인 평균 임금은 80만원 대입니다."

지체장애 2급 장애인으로 장애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이정훈(4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그는 제36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 인권의 현주소를 이처럼 통계 수치를 인용해가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국장은 2세 때 소아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가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며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냈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도록 했으며, 걷기 힘들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철저히 교육시킨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러나 모든 장애인의 행동과 생각이 자신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됐다. 대학 졸업 후 기독교인터넷신문에서 2년가량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실감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장애인차별연대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이 국장은 "장애인들에게 여러 가지 배운 게 있으니 은혜를 좀 갚고 살자"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이 국장은 단호하게 '0점'을 줬다. 그는 특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몸에 등급을 매기는 건 소와 장애인밖에 없습니다. 장애등급제는 비인격적인 제도입니다. 실질적으로도 장애인에게 등급 심사는 공포입니다. 2급 장애인으로 살다가 심사에서 어느 날 4급을 받으면 복지가 반토막 이하가 되니까요"

이 국장은 지난 2014년 숨진 고(故) 송국현씨를 떠올리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송씨는 잠든 사이에 발생한 화재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망했다.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등급에 따라 나누어진 복지 서비스가 장애인의 삶에 위협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이 국장은 가정을 갈라놓는 '부양의무자제도'도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남편이 사고로 장애가 생기면 그 가정은 이혼을 고려합니다. 비장애인인 배우자가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수급을 못 받게 됩니다. 부인이나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거죠"라며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국장은 한국의 장애인 복지가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여전히 상당수 장애인은 이동의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의 30%가 저상버스로 바뀌었지만 시외·고속버스 중 저상버스는 전무하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제일 미안했던 게 버스 탈 때 남에게 업히는 거였어요. 하지만 저상버스가 일반화돼 있으면 제 장애가 장애가 아니거든요. 그런 게 없으니까 장애가 느껴지는 거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말미에 이 국장은 자신이 꿈꾸는 사회를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도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거리에 나가 그는 '차별 철폐'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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