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2급 장애인으로 장애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이정훈(4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그는 제36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 인권의 현주소를 이처럼 통계 수치를 인용해가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국장은 2세 때 소아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가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며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냈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도록 했으며, 걷기 힘들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철저히 교육시킨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러나 모든 장애인의 행동과 생각이 자신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됐다. 대학 졸업 후 기독교인터넷신문에서 2년가량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실감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장애인차별연대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이 국장은 "장애인들에게 여러 가지 배운 게 있으니 은혜를 좀 갚고 살자"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이 국장은 단호하게 '0점'을 줬다. 그는 특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몸에 등급을 매기는 건 소와 장애인밖에 없습니다. 장애등급제는 비인격적인 제도입니다. 실질적으로도 장애인에게 등급 심사는 공포입니다. 2급 장애인으로 살다가 심사에서 어느 날 4급을 받으면 복지가 반토막 이하가 되니까요"
이 국장은 지난 2014년 숨진 고(故) 송국현씨를 떠올리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송씨는 잠든 사이에 발생한 화재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망했다.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등급에 따라 나누어진 복지 서비스가 장애인의 삶에 위협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이 국장은 가정을 갈라놓는 '부양의무자제도'도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남편이 사고로 장애가 생기면 그 가정은 이혼을 고려합니다. 비장애인인 배우자가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수급을 못 받게 됩니다. 부인이나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거죠"라며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국장은 한국의 장애인 복지가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여전히 상당수 장애인은 이동의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의 30%가 저상버스로 바뀌었지만 시외·고속버스 중 저상버스는 전무하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제일 미안했던 게 버스 탈 때 남에게 업히는 거였어요. 하지만 저상버스가 일반화돼 있으면 제 장애가 장애가 아니거든요. 그런 게 없으니까 장애가 느껴지는 거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말미에 이 국장은 자신이 꿈꾸는 사회를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도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거리에 나가 그는 '차별 철폐'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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