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호도하는 이스타항공, 잘도 말려드는 언론
본질 호도하는 이스타항공, 잘도 말려드는 언론
  • 김현섭 기자
  • 승인 2016.06.24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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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교육 받는 데 든 비용까지 전액 돌려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건 당연히 우리가 내야죠. 다만 부당하게 더 낸 돈만큼은 돌려달라는 겁니다."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낸 조종사들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건 약 한 달 전이다.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19대)이 2007년에 창립한 이스타항공 측은 2013년 10월에 입사한 신입조종사 14명에게 1인당 기종교육비 '8000만원'을 '3회'에 걸쳐 '선지급'하라고 오리엔테이션(OT)에서 요구한 바 있다. 이 중 타 항공사로 이직한 9명이 "실제 교육훈련비는 2800여만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며 나머지 5200만원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최근에 낸 사실이 지난달 25일 뉴시스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기자를 만나러 나온 6명의 조종사는 자신들이 마치 교육훈련비를 모두 받아내려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를 전했다.

입사를 하려면 웬만한 직장인 2년 연봉만큼의 돈을 선지급하라고, 그것도 채용 과정에서 사전통보한 것이 아니고 합격 후에야 OT 현장에서 알린 점도 물론 경악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소송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지급한 교육훈련비 명목의 돈 중 상당액이 부당이득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만 돌려달라는 것이었음을 이들은 강조했다. 그 같은 맥락에서 회사 측이 1인당 8000만원으로 산출한 기종교육비의 내역이 정당한지 상세하고 명쾌하게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후 이스타항공의 항변은 궁색했다. 아니, 궁색함을 떠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스타항공은 이 소송과 관련해 훈련비의 본인 부담은 업계 원칙이라는 점, 다른 항공사들(의무근무기간을 조건으로 회사가 우선 부담하고 그 기간을 다 채우면 전액 상환 면제)과 달리 선지급 방식을 택해야 했던 이유를 역설(力說)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에게 묻는다. 이 조종사들이 언제 훈련비의 본인 부담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던가? 예고도 없이 8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선지급하라고 한 요구에 놀랐던 건 맞지만, 이들이 언제 "선지급이기 때문에 부당이득이다"라고 주장했었나?

조종사들이 낸 소송의 본질을 한참 벗어난, 전형적인 '논점 일탈의 오류'를 회사 측이 교묘하게, 의도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이스타항공의 '헛발질' 언론 플레이를 그대로 받아적기만 해서 결과적으로 확성기 노릇을 하는 일부 언론도 이해하기 힘들다.

타 매체 보도를 보니 이스타항공은 "소송을 낸 조종사들은 취업 당시 계약 상의 의무근무기간 2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했다"고도 밝혔다.

사실이다. 2013년 10월에 입사한 이 조종사들은 2015년 2~5월에 다른 저가항공사로 옮겼다.

그런데 기자가 입수한 '교육훈련 동의서'에는 "2년을 채우지 못하면 교육훈련비의 2배를 위약금으로 내야한다"는 식의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문제의 8000만원과, 조종사들의 2년 근무기간 완수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만일 이런 취지의 조항이 있다면 그 자체로 도마 위에 오를만한 문제다.

재판이 시작된 현재 이스타항공이 할 일은 간단명료하다.

1인당 8000만원으로 산출된 교육훈련비의 상세 내역을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깔끔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을(乙)을 상대로 한 강자의 갑질 의혹을 감시·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예의 주시해야 대목도 이 부분이다. 더구나 부당이득이 인정된다면 갑질을 넘어선 '착복'이 아닌가.

본질을 호도하는 이스타항공과 이에 순진하게, 또는 무감각하게 대변인 노릇을 하는 일부 언론. 이 광경을 지켜보는 기자의 심정은 인터넷 속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참으로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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