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군민 '사드 반대' 상경 집회…"우리는 외부세력이 아니다"
성주 군민 '사드 반대' 상경 집회…"우리는 외부세력이 아니다"
  • 임종명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승인 2016.07.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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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드배치 반대한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 대규모 집회를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한 뒤 고향으로 돌아갔다.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 소속 주민들은 21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 등에서 52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집단 상경했다.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평화·문화 집회를 벌이기 위해서다.

오후 1시40분, 서울역 광장에는 대형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모든 버스가 도착하진 않았지만 먼저 도착한 군민 100여명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 2시가 지나자 집회 참가자는 점차 불어났다. 주최 측 추산 2500명(경찰 추산 2000명) 상당이었다.

참가자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저마다 외부 선동세력이 아님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과 '벽진면 OOO' 식의 명찰도 착용했다.

X표시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한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언론과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언론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김안수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드 배치라는 실수를 모두에게 알리고 반드시 철회할 것을 알리고자 천리를 달려왔다"며 "어제는 후보지, 오늘은 바로 최적지, 이런 식으로 발표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공동위원장은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현장 방문 한번 없이 책상 위에서 결정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어떻게 (주거지와) 1.5㎞ 밖에 안 떨어진 곳에 듣도 보도 못한 무기를 들여놓을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이어 "마당에서도 뒤뜰에서도. 하우스에서도 거실에서도 보인다"면서 "우리는 매일 공포와 불안 속에서 살아야한다"고 주민들의 두려움을 대변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미국과 일본은 (사드배치 지역) 5㎞ 이내에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아주 먼 곳에 설치했다"며 "일본은 열다섯 번의 주민 설명과 시의회 심의까지 거쳐서 배치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아들, 딸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생업도 놔두고 처절히 투쟁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며 색깔까지 입히고 있는데, 성주군민은 대한민국의 성실한 국민이다. 우리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 법적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유일하게 '외부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부영 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연대사를 이어갔다.

이 이사장은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미국이 본토를 지키기 위해 사드 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최전방 망루가 성주의 사드 기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드에 배치되는 포탄은 48대다. 수없이 날아오는 미사일을 48발 갖고 어떻게 떨어뜨릴 수 있겠나"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핵 기지를 들여다보는 데 중점이 있다.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선제공격의 목표물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투쟁사를 통해 "성주읍에 와보면 안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그런 말이 있지 않느냐"라며 "주민 절반인 2만5000명이 거주하고 550여개 기업체가 힘차게 가동되고 있는 성주읍 바로 코앞에 사드가 배치된다니 이게 어떻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군수는 "일부에서는 터전을 지켜내려는 우리 군민의 순수한 행동을 지역이기주의다, 님비다 매도하고, 외부세력이니 종북이니 하며 성주를 고립시키려 하니 참담하다"며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 우리의 터전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내고 이 어려운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고 호소했다.

투쟁사를 마친 김 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미리 준비해온 X표시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채 5분 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투쟁위는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시 낭송과 백철현 공동투쟁위원장의 대국민호소문 발표, 구호 제창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성주군민들은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극히 일부에게서만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참가자 서모(53)씨는 "우리는 한다고 했는데 서울 사람들한테 (의견이)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고, 알아주고 아니고가 중요하진 않지만 서울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인 것 같긴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씨는 "사드를 성주에 배치한 게 문제라기보다 사드 자체가 문제다. 사드 배치가 합당하다하더라도 너무 가까이에 있다"며 "우리는 농사짓는 사람들이다. 공부 많이 해서 농사 짓겠나. 힘 없는 게 농민이고 백성"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집회 현장에 45개 중대 36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집회는 특별한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모든 집회 일정을 마친 성주군민들은 각자 준비해온 종량제 봉투에 현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모두 수거했다. 그런 다음 현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버스에 탑승한 뒤 빠져나갔다.

김 군수와 투쟁위 이재복 공동위원장, 경북 성주 지역이 텃밭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김 군수를 포함한 군민들이 강력 반발하며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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