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주민 상속권 청구, 기간 지나면 못해…대법 첫 판결
탈북주민 상속권 청구, 기간 지나면 못해…대법 첫 판결
  • 김승모 기자
  • 승인 2016.10.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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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현관
탈북자의 국내 상속 분쟁에서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민법상 상속회복 청구기간인 10년이 지났다면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북한주민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법의 안정성을 위해 법조항에 대한 해석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한국전쟁 당시 실종 처리된 이모(당시 18세)씨의 딸이 자신의 숙부 등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회복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분단으로 남한과 북한에 떨어져 사는 주민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남북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은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에게 민법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을 적용할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민법 제999조2항은 상속회복청구권 조항을 두면서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북가족특례법은 일정한 경우 북한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그 권리 행사로 남한주민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한 법률관계를 최소화함으로써 남·북한 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단절된 현실에서 남한주민과의 가족관계에서 배제된 북한주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북한주민의 권리 보호는)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제척기간을 둔 취지나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목적 및 관련 규정들을 감안해 합리적인 법률해석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법에서 정한 상속회복청구의 제척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특례를 인정할 경우 법률관계의 안정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의 보완이 따라야 하는데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창석, 김소영, 권순일, 이기택, 김재형 대법관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북한주민은 상속회복청구권 행사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한데도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잃었다고 보는 것은 제척기간 역시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는 것에 맞지 않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북한주민은 권리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기간 내에 상속회복 청구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취지다.

한국전쟁 중인 1950년 9월 서울에서 실종된 이씨는 1977년 법원의 실종선고로 대한민국 제적이 말소됐다. 이씨에 대한 실종선고가 내려지고 1년 뒤 이씨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1961년 사망한 이씨의 아버지가 남긴 충남 연기군의 선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이씨가 2004년 5월 중국 연길에서 브로커를 통해 남한의 가족들과 만나면서 그동안 북한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이씨는 2006년 12월 사망했고 그의 딸은 이듬해 북한을 탈출한 뒤 2009년 6월 입국했다.

국내에 입국한 이씨의 딸은 "상속 당시 부친도 상속 자격이 있었고, 상속자의 딸인 나도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다"며 선산을 상속받은 친척들을 상대로 2011년 10월 소송을 냈다.

1, 2심은 민법상 제척기간 규정을 남북가족특례법에도 적용할지를 놓고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특별법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에 있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가혹한 결과가 나오는 점 등을 고려해 제정된 것"이라며 "민법상 제척기간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라며 이씨의 딸에게 상속권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상속재산을 확정적으로 취득한 남한주민들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문제 ▲소급해 만든 법으로 재산권 박탈에 해당하는지 문제 ▲북한정권에 재산을 몰수당하고 월남한 남한주민의 북한 소재 재산 처리와의 형평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상속회복 청구권의 제척기간에 대한 특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제척기간에 관한 특례 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채 특례법이 제정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현행 남북가족특례법 상속회복청구권 규정은 민법 제999조 제2항 제척기간을 적용받는다"며 "10년의 기간이 지나 소송을 낸 것으로 부적법해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며 "남북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주민에 대한 상속권이 침해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경우가 대부분으로 입법을 통해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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