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뮤지컬센터' 2년째 방치..대체 왜
'대학로 뮤지컬센터' 2년째 방치..대체 왜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6.12.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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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뮤지컬 센터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최대 규모인 1000석짜리 대극장을 보유한 공연장인 '대학로 뮤지컬 센터'가 2년가량 방치되고 있다.

2013년 4월 창작 뮤지컬 '그날들' 초연을 개관작으로 선보이며 야심차게 문을 연 극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그날들' 재공연을 끝으로 다른 공연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건물주 A가 시공사인 D건설에 공사대금 140억원을 주지 못하면서 D건설이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대금 둘러싸고 개관 때부터 시끌

사실 개관 때부터 시끄러웠던 공연장이었다. '그날들' 초연은 흥행에 성공했으나 개막 전까지 공연이 불투명했다. 공사 대금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 간 다툼 때문이었다. 개막 이틀 전 '그날들'의 제작사가 법원에 제기한 공연방해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겨우 '그날들'이 무대에 올랐다.

유치권은 건설사의 합법적인 권리다. 사안만 따지고 보면 건물주가 건설사에 돈만 제대로 지급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결국 입주자인 뮤지컬 공연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8월 창작뮤지컬 '한여름밤을꿈'이 다툼의 최대 피해자였다. 건물주 A와 대관 계약을 맺고 무대에 올릴 준비를 했다. A는 '그날들'의 사례를 감안, 공연이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끝내 좌초됐다. 제작사가 앞선 '그날들'의 사례를 따라 법원에 '공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올해 역시 피해자가 나왔다. 창작뮤지컬 '곤 투마로우' 제작사는 채권자 B와 구두 협의 등을 통해 올해 상반기 이 공연장에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이 제작사는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급히 광림아트센터 bbch홀로 무대를 옮겼다.

◇대학로 뮤지컬 센터의 상징성

대학로 뮤지컬 센터는 개관 당시 대학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대학로에 1000석짜리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이 설립된다는 자체가 공연계 최대 이슈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세운 A가 2005년부터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후 거물급 공연 관계자들 역시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장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던 A는 우선 뮤지컬업계의 큰손인 CJ E&M과 5년간의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대학로 진출을 두려워한 일부 공연 관계자들의 반대로 CJ E&M이 이 공연장을 운영하는 건 무산됐다.

대학로뮤지컬센터는 지리적인 여건도 좋다. 대학로에서 극장이 가장 밀집된 혜화역 1번 출구에 접한 거리의 초입에 우뚝 서 있다. 대극장과 함께 527석 짜리 중극장, 273석짜리 소극장까지 합치면 무려 2000석 규모다. 토·일요일 4회 씩 공연장을 풀로 가동, 매진됐을 경우 대학로에 유동인구 8000명이 더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0~300석 극장이 즐비한 대학로가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대형 극장은 주목할 만한 콘텐츠를 유치할 수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상권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변 상인들의 기대도 컸다.

◇해결 방법은 없나

현재 공연장 관련 모든 채권은 B가 가지고 있다. 공연장이 곧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이라 판단한 B는 공연장을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현재 손해를 보고 있다.

공연장은 꾸준히 공연을 올리며 길들여야 한다. 대학로 뮤지컬 센터는 2년이 방치되면서 무대 장비 등이 녹슨 상태다. D건설의 유치권 행사 등의 문제가 해결돼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손을 봐야 할 곳이 수군데다. 무허가 가건물로 지어서 철거된 분장실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이곳에서 공연을 올렸던 관계자는 "비가 오면 곳곳에서 빗물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연장의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건물주 A가 시공사 D건설에 공사 대금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현재 1명에 불과한 이 회사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시공사 D의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 "공적자금 등을 지원 받는 회사로서 공적인 책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우선 공사 대금의 일부만 받고 유치권 행사를 풀어준 뒤 공연장 가동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나머지를 상환 받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D건설은 모회사의 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의사 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D건설 관계자는 "공연장이 좋은 컨디션이 아니라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며 "채권자와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극장은 방치 기간이 오래 될수록 장비 등의 노화로 망가져버린다"며 "이런 상태가 누적되면, 그 누가 인수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학로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던 있었던 공간이 방치되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학로 관계자는 "대학로 뮤지컬 센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부족해서 아쉽다"며 "대학로 지역 사회뿐 아니라 공연계 전체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대학로뿐만 아니라 여러 공연장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제작사 관계자는 "대형 공연을 올리고 싶어도 그에 걸맞은 LG아트센터와 충무아트센터 등의 공연장의 대관은 일찌감치 끝난다"며 "대학로 뮤지컬 센터가 가동되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학로 뮤지컬 센터 정상 가동이 몇년째 거듭되고 있는 대학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고 있다. 대학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출가는 "큰 공연장이 활성화되면 제작자가 욕심을 내는 등 업계 전체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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