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發 금융위기 다시 오나…EU·IMF 갈등 속 국채 투매
그리스發 금융위기 다시 오나…EU·IMF 갈등 속 국채 투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17.02.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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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의 테살로니키 해안에 20일(현지시간) '우산들'이란 설치작품이 세워져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간 견해차가 심화되면서 그리스 국채 투매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70억 유로(약 8조6030억원)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이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FT)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년물 그리스 국채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수익률이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0%까지 치솟았다. 9일 하루 만에 수익률이 100bp(1bp=0.01%포인트)가 올랐다. 그리스 부채 해결을 위한 EU와 IMF 간 합의가 쉽사리 나오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를 투매하다시피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주일 동안 그리스 국채 매도 물량은 최근 1년 래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IMF는 EU 당국이 그리스의 부채를 추가로 경감해주지 않는다면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IMF는 7일 "그리스 채무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폭발물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이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의 연금 지출 삭감과 과세 기준 강화, 빈민 지원 강화, 필수 공공서비스 지출 확대 등의 처방을 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다음날인 8일 미국 워싱턴 소재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The Atlantic Council) 연설에서 “IMF는 무자비한 진실 선포자의 입장에서 그리스 경제를 솔직하게 평가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리스 채무 위기가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EU 측에 그리스 부채 경감 압박을 가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관인 유로안정화기구(ESM)는 그리스 부채를 경감해야 한다는 IMF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자본금 5000억 유로로 출범한 ESM은 유로존 금융시장의 방화벽 역할을 하고 있다.

ESM의 클라우스 레글링 총재는 FT를 통해 “그리스 채무 상황을 냉철하게(sober) 바라보면 비상사태를 발할 이유가 없다(cause for alarm)”라고 주장했다. IMF의 입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을 대표로 한 유로존 협상단은 9일 밤 IMF 측과 만나 합의를 모색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리스는 당장 오는 4월 14억 유로의 빚을 갚아야 한다. 이어 7월에는 이보다 3배 정도 많은 41억 유로의 부채 상환을 앞두고 있다.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또 다시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15년 7월 국가 부도 선언을 한 바 있다. 결국 그해 8월 IMF와 유로존 채권단은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 860억 유로 지원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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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8일(현지시간) 워싱턴 어틀랜틱 카운슬에서 열린 '경제회복 증진을 위한 투명성 파워' 주제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 정부의 부채 문제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IMF와 EU 측은 지난 2년 내내 그리스 채무를 둘러싸고 줄곧 충돌을 빚어왔다. IMF는 EU채권단에 그리스의 부채 경감을 요구한 반면 EU 측은 그리스의 경제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왔다. 또한 EU는 그리스가 앞으로 수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에 이르는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IMF는 이런 EU의 요구가 현실성 없는 목표라며 기초재정수지 흑자 비율을 1.5%로 낮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이견이 불거지면서 IMF는 결국 그동안 그리스 구제 금융에 일부만 참여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급변하는 유럽의 정치상황이 그리스 채무 문제를 둘러싼 중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영향으로 인해 유럽에서도 ‘우리 국민 우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EU 회원국들의 세금이 그리스 부채 해결에 쓰이는 것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EU당국은 이번 그리스 부채 사태가 3월 치러지는 네덜란드 총선과 4~5월 프랑스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늘 9월 독일 총선이 실시된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쇼이블레 장관이 속한 집권 기민당의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중도 좌파의 지지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부채 문제가 네덜란드 총선과 프랑스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달 중순까지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EU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EU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EU의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IMF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IMF의 전폭적인 참여 없이는 그리스 구제금융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당사자가 서로에게 한 걸음씩 다가선다면 결국 우리는 이 문제를 마무리를 짓고 어려운 한 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놓여 있다. 앞으로 전진할 수도 있고,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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