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빠진 국정교과서 고조선 지도…中·日에 역사왜곡 빌미
남한 빠진 국정교과서 고조선 지도…中·日에 역사왜곡 빌미
  • 신동립 기자
  • 승인 2017.02.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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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역사1 38쪽
 ‘북한만 고조선 땅인가, 국정역사교과서 문화범위지도 논란’이 논란을 낳고 있다. 1월31일 교육부가 공개한 ‘올바른 역사교과서’(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우리나라 남한 지역을 고조선의 세력범위에서 제외한 것을 지적한 보도다.

중학교 ‘역사 1’은 고조선의 문화범위 강역을 황토색으로 칠했다. 그러나 남한 지역은 연분홍색으로 돼있다. 지도는 비파형 동검, 세형 동검, 탁자식 고인돌을 ‘고조선의 문화범위’의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국정역사교과서에서 고조선은 오직 단군조선 만을 가리킨다.

경남 거창 내오리에 있는 탁자식 고인돌이 누락된 중학교 지도에 그려진 유물·유적의 수는 남한과 북한이 26개로 같다. 남한 지역도 북한처럼 황토색이어야 옳다. 하지만 국정역사교과서의 남한은 일본과 같은 색이다.

단군조선의 문헌자료는 거의 없다. 유물·유적으로 범위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지도상의 유물·유적은 남한이 고조선의 범위에 포함됨을 증명하는 강력한 고고학적 증거다. 그런데도 남한은 고조선의 문화범위에서 배제됐다.

상주사(商周史)·고문자 전문가인 박대종 소장(대종언어연구소)은 “비록 문화강역이지만 이러한 문화적 38선의 고조선 지도는 주변국들에 빌미를 줄 소지가 다분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주변국들과 관련한 국민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먼저, 일본이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임나일본부설을 다시 설파하겠지. 한반도 남쪽 땅은 결국 일본에 있어 수복돼야할 영토가 돼야하는거고”, “이런 역사교과서라면 일본으로부터 반드시 나올 말은? 남한은 일본의 영역으로 통치하고, 문화문명을 가르쳐 줬다고 하겠지. 지금도 옛 국가인 가야는 일본의 나라였다고 하고 있는데. 일본인 일반인도 그리 알고 있더라. 백제도 일본의 문명을 받았다고 하고 있고. 이런 역사지도로 일본에 좋은 빌미를 주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는 것일까?”, “내선일체를 부르짖는 친일세력 입장에선 잘 만든 교과서. 본국과 고조선은 상관이 없는게 당연”, “고조선 문화권 영역에서 남한이 빠지는 건 뉴라이트가 신봉하는 일본의 임나일본부적 시각에서 보면 당연하고 뻔한 결론. 고대 일본이 한강 이남 지역도 고조선 시대부터 쭉 계속 지배하고 있다가 백제가 멸망할 때 한반도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일본 극우의 주장을 그대로 국정교과서에 실었네”, “식민사학계가 장악한 한국사학계, 저 지도 식민사관에 의해 작성됐기 때문이죠. 해방 후 총독부에 부역한 친일사학자들, 청산하지 않아 그들이 오늘날 국사책을 쓴거에요.”

이어, 중국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을 필두로 역사왜곡에 앞장서는 소위 강단사학자들의 꼼수와 함정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의 임나일본부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충실히 따르는 그들의 속내가 이렇게 드러난 것이다”, “마치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춰서 제작된 교과서네. 중국이 이걸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게 생겼다”,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활용하기 딱 좋겠네. 정부가 나서서 편찬한 책이니 중국이 이것을 자료로 써 먹으면 뭐라 할거냐”, “이대로면 중국 동북공정대로 고조선 고구려 몽땅 중국 역사로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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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한국사 27쪽
끝으로, 한국이다.

“남한 사람들은 단군의 후손이 아니었구나. 개천절도 의미 없네”, “남한은 고조선과 무관한 나라. 북한만이 정통성이 있다는거야 뭐야”, “남한 만의 역사라면 고조선뿐만 아니라 고구려 역사도 우리 역사가 아니란 말인가”, “살다살다 별꼴 다 본다. 고조선 시대에도 38선이 있었냐”, “저 국정교과서 말대로 하면 우리 남한 역사는 고조선과 별개로 왜나라 문화로 태동했구나”, “국정교과서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의 뿌리는 없네. 남한은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에 해당하고 북한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해당되니. 쪽발이들이 집필해서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네”, “사실 이게 역사학계 진보의 논리다. 진보역사학계에서는 고조선과 한을 서로 다른 부류로 보고 있지”, “한국인들은 단군의 후예가 아니다. 남한은 고조선과는 상관없어. 단군의 후예는 북한 인민공화국이다.”

국정역사교과서뿐 아니다. 여러 검인정 역사교과서들 모두 같은 상황이다. 상고사의 조선을 ‘고조선=단군조선’과 ‘위만조선’이라고 둘로 나누고 있다. 위만조선은 BC194년에 세워졌고, 위만에게 배신당해 남쪽으로 도망한 준왕은 마한왕이 되자마자 그해 죽었다. 이후 진한과 변한이 생겨났고, 마한·진한·변한 3한은 중국을 기준으로 동남방에 있으므로 ‘辰’(동남쪽 진)자를 써 ‘진국’이라 불렸다.

안정복의 ‘동사강목’에 따르면 마한·진한·변한은 통칭(皆; 다 개)해 “옛 진국(古辰國)”이었다. 가장 큰 마한이 대표해 진왕(辰王)이 됐다고 한다. 단, 여기에서 古(옛 고)자는 조선후기 시점에서 붙인 것이다. 마한 이전에 진국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결국 삼한, 통칭인 진국은 모두 위만조선 시대에 해당한다. 시대상으로 ‘단군조선=고조선’과 명확히 구별된다.

국정역사교과서는 또 단군조선의 개국연도 BC2333년에 대해 “동국통감의 기록에 근거하여 기원전 2333년이 단기 원년으로 정해졌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동국통감’은 단군조선의 역년에 대해 “1048년의 수명을 누렸다”고 기록했다. 단군조선의 멸망 연도가 BC1286년이라는 말이다.

교육부가 삼한과 그 삼한의 통칭인 진국을 가지고 남한 지역을 고의로 뺀 단군조선의 문화범위 지도를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없는 이유다. 위만조선 이후 한사군이나 위만조선이 망한 뒤 유민들이 진한 지역에 내려가 6촌을 세운 일들로 사실을 오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대가 ‘단군조선=고조선’과 맞지 않는 탓이다.

박 소장은 “국사편찬위원회는 일선 학교에 배포하기 전에 반드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아닌 ‘왜곡된 역사 교과서’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 소장은 중국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무왕극상(武王克商) 일자를 최초로 밝힌 논문이 2014년 국제학술지 ‘은도학간(殷都學刊)’에 수위로 게재되며 주목받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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