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선교사들의 개혁사상이 한국 근대화에 끼친 영향
초기 선교사들의 개혁사상이 한국 근대화에 끼친 영향
  •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2.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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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숭홍 박사 (장신대 교수)
한국의 근대화를 말할 때 초기 선교사들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의 선교활동이 사회개혁 사상에 기초하여 전개되면서 이 민족에 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사상은 한국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초기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가 선교되던 당시 한국에서의 기독교 수용의 자세는 매우 부정적이었고 배타적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말엽 한국의 정세는 열강의 이권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었던 형국이었고, 이 때문에 서양 문물의 수용 통로로 기독교를 이용하여 근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개화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어가기 시작했다. 전통가치에 대한 묵종(黙從)도 서양의 과학기술에 대한 경탄(驚歎)과 사회저변으로 확산되어가는 ‘근대화는 곧 서양화’라는 인식을 더 이상 양이론(攘夷論)으로 차단할 수는 없었다. 다만 오랜 전통의 유교적 정서와 왕권중심의 정치제도로 인해서 쉽게 서양의 풍속과 제도를 용인하고 문물을 받아들이기에는 보수전통의 가치 차원에서 재고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양에로의 개방은 전통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제도 및 의식구조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양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지 인지하고 있었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력은 개화만이 근대화로 갈 수 있는 길임을 강변하며 개혁세력으로 움직였다. 어쨌든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의 움직임은 19세기 말엽의 사회정국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 처한 한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고 들어온 초기 선교사들은 이 민족을 위한 구령수혼(救靈收魂)의 전도자요, 이 나라를 위한 개혁운동의 견인차였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선교사들의 한국근대사에서의 역할은 복음전파라는 소박한 선교 신학적 관점에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되고, 한국 사회의 총체적 가치관의 변화과정과 직결하여 포괄적으로 이해․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언더우드(H. G. Underwood), 마펫(S. A. Moffett), 아펜젤러(H. G. Appenzeller), 스크랜턴(M. F. Scranton & W. B. Scranton), 알렌(Horace N. Allen), 헤론(J. W. Heron) 등을 비롯한 수많은 초기 선교사들의 역할이 전도(교회), 교육(학교), 봉사(병원) 등으로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공헌한 것은 한국 근대사의 증언이기도하다. 초기 선교사들은 성서적 신앙에 불탔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젊었기 때문에 그만큼 진취적이고, 그에 걸맞을 정도로 개혁적이었다. 하지만 선교 지역을 구획하며 교파 간의 갈등이나 경쟁, 또는 선교사들 간의 불화나 백인우월의식의 과시 등으로 인간적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신앙이 한국교회의 신앙정형이 되었고, 이들의 사회개혁 사상이 사회개량사업, 신여성운동, 문화운동, 독립운동의 동인이 되었던 점에 관해서는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한국교회는 선교초기의 신앙정서에 걸맞게 성서적이며 사회개혁을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고 있는가? 이 질문 속에는 한국교회에 대한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한국교회를 개혁의 주체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질타하고 있다. 그 만큼 교회가 사회적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 목사들에게 해당되겠지만 부의 축적을 최고덕목으로 삼는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따라 목회를 한다거나, 사회의 부조리에 일조하거나 묵인하면서까지 반대급부를 얻기 위해 동부서주 한다거나, 성직자라는 직함을 내밀며 실리를 챙길 목적으로 정치판을 기웃거린다거나,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도덕불감증으로 기독교 자체를 욕되게 한다거나, 저속한 화술과 자태로 예배와 설교의 신성함을 코미디로 변질시켜 일반인들로 하여금 기독교 자체를 조롱거리로 삼게 한다거나, 헌금의 사회 환원에는 극히 인색하지만 개인영달을 위해서는 교회재정이 흔들릴 정도로 과다하게 사용(私用)한다거나, 세습왕조의 전통을 모방하여 성직세습을 합리화한다거나, 교인수의 증가에 비례하여 오만불손한 태도도 심화된다거나, 교인을 대할 때 신분이나 빈부의 정도에 따라 언행에 차이를 보인다거나, 성직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간주하지 않고 호구지책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다거나, 신행일치나 언행일치와는 거리가 먼 생활로 성직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상을 부정적으로 각인시킨다거나, 목사가 무속인화 되거나 사이비교주로 둔갑함으로 말미암아 기독교의 본질 자체를 부정하고 이단으로 교회와 사회를 교란하는 행위 등등. 일련의 이러한 행위들로 말미암아 기독교는 일반인들이나 다른 종교인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며, 교류기피의 종교로 전락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천주교나 불교에 비하여 교세가 약화되어가는 것은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전도, 교육, 봉사를 통한 초기 선교사들의 사회개혁 사상이 지금 이 한국교회에 간절히 요청되는 바이다.

한국교회, 이제는 교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를 사회기구로 변형해도 안 되고, 성직자들이 사회 명사로 둔갑해도 안 된다. 목사가 참된 성직자가 될 때 한국교회의 개혁의 힘은 다시금 이 민족과 이 땅의 개혁의 견인차가 되어 사회 전반에 걸친 난세의 형국을 얽혀있는 실타래 풀어가듯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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