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혼 합의금' 갈등 심화…EU "영국, 73조원 약속 지켜라"
'브렉시트 이혼 합의금' 갈등 심화…EU "영국, 73조원 약속 지켜라"
  • 박상주 기자
  • 승인 2017.02.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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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5일(현지시간) 런던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유럽연합 탈퇴 협상 개시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심리를 시작했다.
이르면 내 달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첫 발도 떼기 전 큰 암초에 부딪혔다. 바로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약속했던 재정지원금 600억 유로(약 73조원)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EU 측이 브렉시트 협상 시작 전 영국이 납부하지 않은 600억 유로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이로 인해 2018년 말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영국의 속전속결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올 한 해는 이른바 ‘브렉시트 이혼 합의금(Brexit exit bill)’ 갈등과 영국의 솅겐 조약(EU 회원국들 간에 체결된 국경개방 조약) 이탈에 따른 국외주민 권리 문제를 협상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 협상 시작의 전제 조건으로 떠오른 '이혼 합의금'은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 EU측에 내놓기로 약속했던 재정 지원금이다. EU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당초 재정지원금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회원국에서 탈퇴하는 마당에 무슨 재정지원금을 내느냐는 입장이다.

EU 집행위의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은 회원국으로서 당초 서약했던 재정지원금을 EU에서 탈퇴하더라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은 질서 있는 결별 협상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시나스 대변인은 "이것은 27명의 친구와 함께 술집에 가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파티가 계속되고 있는데 떠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주문한 술값은 내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지원금의 규모에 대해서도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EU 측은 600억 유로(약 73조원)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영국은 200억 유로(24조원 상당)라고 맞서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의 앞날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EU와 영국 간 브렉시트 협상 방식에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브렉시트와 무역협상을 일괄적으로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EU 측은 먼저 브렉시트 이혼을 마무리 한 뒤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순차적인 타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브렉시트와 관련한 모두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순차적인 협상 방식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EU측 브렉시트 수석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우선 브렉시트 협상을 완전히 매듭지은 이후 다른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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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열리는 총리질의응답을 위해 런던에 있는 총리실울 나오고 있다. 이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발동 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브렉시트 협상에 간여하고 있는 EU 측의 한 고위 관리는 바르니에 대표가 오는 12월까지는 영국의 재정지원금 이행문제와 국외시민들의 지위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무역 협상은 없을 것이다. 향후 미래와 관련된 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먼저 과거를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음 달 말까지 EU 탈퇴 절차인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한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통보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마무리 해야한다고 정해 놓았다.

브렉시트 협상 방식을 둘러싸고 EU 회원국들 간 견해도 갈리고 있다. 프랑스 측 관계자들은 브렉시트 협상 개시 전 영국이 먼저 약속했던 재정지원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총리는 지난 6일 “영국은 앞으로 EU와 미래의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그 돈을 지불하는 데 동의한다고 선언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페인 측은 엄격한 브렉시트 협상에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과거를 정리하는 브렉시트 협상과 미래의 관계를 정립하는 무역협정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영국 측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스페인의 경우처럼 향후 영국과의 통상관계를 중시하는 EU 회원국들을 통해 바니어 대표의 압박을 제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EU 회원국들은 브렉시트와 무역협상을 병행하더라도 영국 측이 재정지원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EU 측 브렉시트 협상 관련자 중 한 사람은 “(브렉시트와 무역협상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혼과 관련한 모호한 약속에 우롱당할 수는 없다. 결국 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영국의 재정지원금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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