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사학의 본질을 파해친다
한국역사학의 본질을 파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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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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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역사학의 계보저자 임종권 | 출판사 여울목 | 값 : 25,000원
오늘날 한국 역사학은 양적으로 혹은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학계에서 여전히 식민사관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해방 이전에 우리 역사에 대한 연구와 서술은 전적으로 일본인 역사가들의 몫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민족의 반만년의 역사는 랑케의 실증주의 사학이란 이름으로 일본인 역사가에 의해 항상 왜곡되거나 축소되어 왔다. 이것을 우리는 식민주의 사학이라고 부른다.

소위 식민사관이라 불리는 이 역사관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해 정체성, 타율성, 당파성, 사대주의 등 굴욕적인 역사적 이론을 확립시켰다. 이에 반발하여 일제 식민시기 독립운동가신채호, 박은식 등 우리 지식인들은 각각『조선상고사』와『한국통사』를 저술하여 일제 역사가에 의해 왜곡된 민족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사실적으로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려 했다. 그러나 일제 역사가들에게 랑케 실증주의 사학이라는 근대 역사학을 배웠던 한국인 역사가들은 우리의 관점에서 본 역사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사료에 근거하였을 뿐 아니라 민족의 감정에 치우쳐 서술된 주관적 역사서라고 비판하며 외면해 왔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역사는 오랫동안 우리의 시각이 아니라 식민사관이란 타자의 관점에서 사실에 어긋나게 서술되어 왔으며 따라서 우리나라 근대 역사학이 일본 역사가들에 의해 창안된 식민사관의 바탕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곧 논쟁의 시작점이었다. 더욱이 일본 제국대학에 유학하여 일본인 역사가에게서 근대 역사학을 배운 한국인 역사가들은 해방 후 여러 대학교의 사학과 교수가 되어 역사학계를 지배해 왔다. 이로 인하여 식민주의 사학의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오늘 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온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말하자면 우리 역사 속의 식민사관은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도제식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이러한 한국 역사학계의 현실 속에서 일제 역사가들에 의해 왜곡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 잡고자 신진 역사가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민사관의 논란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장 역사가들은 보다 과학적인 방법론과 다양한 사료발굴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한국 실증주의 사학을 비판하며 해결되지 못한 식민사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족사관이 진정한 랑케의 실증주의 사학의 본질이라며 객관성과 보편성을 내세운 식민주의 사학을 비판함으로써 이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우리 역사 안에 오랫동안 숨겨져 온 식민사관의 척결 작업이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물론 고대사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는 대외적으로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얽혀있고 내부적으로 이념과 혈통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의 역사는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 속에 빠져 있다. 국사 국정교과서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된 것도 이 같은 우리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필자는 그 첫걸음이 바로 올바른 역사관의 확립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역사는 민족의 기원이나 문화의 발전을 후세에게 전해주기 위해 시작된 학문이다. 따라서 역사는 그 민족의 관점에서 연구되고 서술되어야 하지 그렇지 않고 타자의 시각으로 서술되면 항상 왜곡되거나 축소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역사에 대한 논란은 과거 역사적 사건이 사실이냐 아니면 과장 혹은 왜곡된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도 각기 자기 주관이나 가치관 그리고 이념에 의해서도 차이가 있다.

역사연구는 랑케가 강조한 바대로 ‘원래 과거 있는 그대로의 역사’, 즉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 그만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사실에만 그치면 그것은 단지 과거의 역사에 불과하다. 역사가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그 사실만을 밝혀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역사적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사실(Fact) 속에 가려진  진실(Truth)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과학적 역사이다. 물론 역사의 해석에는 역사가의 시각이나 가치관 그리고 사상과 철학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된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가 각 개인의 이해관계나 이념 혹은 철학적 주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나아가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왜곡하거나 과장해서도 안 된다. 역사가의 학문적인 양심과 통찰력을 통해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 역사학계에서 식민사관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이유 중 하나는 역사연구가 학문적 혹은 사회적,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역사가는 학자의 양심에 따라 냉철함을 잊지 말아야 하며 끊임없이 지식의 지평을 확대하여 이를 바탕으로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설명을 통한 역사적 담론이 전개되어야 한다. 고정된 사고력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학문탐구가 보장되어야 역사 뿐 아니라 모든 학문이 발전하게 되며 이런 학계 풍토가 조성될 때 비로소 우리 역사학계의 식민사관도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역사학계서 많은 논란이 야기된 식민주의 사학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밝히는데 있다. 식민사관의 본질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우리 역사서술의 문제점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관은 역사서술을 위한 기본적인 틀이다. 그 틀이 둥글면 그 어떤 사료를 그 속에 집어넣어서 찍어내도 둥글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사관은 역사가에게 역사연구와 서술의 기본 뼈대나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 역사학계의 기본 틀이 어떻게 잘못되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역사가들이 근대 역사학의 신(神)처럼 떠받들고 있는 랑케의 실증주의 사학의 본질을 설명하고, 랑케의 과학적인 근대 역사학이 일제 역사가들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그리고 일본식 실증주의 사학이 오랫동안 우리 역사학계를 지배해 오면서 잘못된 우리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하여 왔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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