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북한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약 1억명의 중국인들은 방사성 물질 위험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현지 외교관들과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진핑 지도부는 북한의 핵실험 자체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핵실험으로 대기 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자국으로 넘어와 환경 오염을 유발할 경우 정치적 문제로 변할 가능성 역시 매우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부에 대북정책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징대학의 국제안보전문가 주 펑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중국 동북부지역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중국의 (대북)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여론에 예민하다. 특히 오는 10월 18일부터 열리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1인 지배체제 구축을 노리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장에서는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북한 접경지역에 사는 한 남성은 WSJ에 "아직도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북핵실험의 영향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방사성 물질 유출이) 사실이라면 동북지방이 공포로 뒤집혀서 혼란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5차례의 북한 핵실험 이후 방사성 물질 검출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관리들 사이에서는 환경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로부터 북한의 핵실험으로 압록강이 오염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중국 정부와 외교부는 당시 확인을 요청하는 외신들에 답변하지 않았다.
중국 환경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총 38곳에 방사성 물질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13곳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있다. 2013년에는 전국 총 25곳이었고, 이중 5곳이 접경지역이었다. 중국이 측정소를 크게 늘인 것은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자국 환경 영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과학원 원사(院士·과학계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호칭)이자 중국핵공업그룹 과학기술위원회의 선임고문인 핵물리학자 왕나이옌(王乃彦) 의 분석을 인용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산이 붕괴돼 환경재앙이 벌어질 수있다고 보도한 바있다. 왕 고문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벌일 경우 산 전체가 붕괴하고 이로 인해 유출된 방사능은 중국을 포함한 인근지역에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산이 지하 핵실험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핵 실험에 적합한 산은 봉우리는 높고 경사는 상대적으로 완만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제한된 지리적 자원을 고려할 때 그 선택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5일 북한이 지난 3일 6차핵실험을 단행한 다음 날인 4일 풍계리 일대를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앞서 5차례의 핵실험 때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핵실험 당시 발생한 지진으로 일부 지대가 들어올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해발 2200m 고지의 견고한 화강암 지대인 만탑산에서 이같은 지형 변화가 중점적으로 관측됐다고 지적했다. 골짜기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볼 때 화강암 지대가 균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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