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대로 거두다
심은대로 거두다
  • 이재록목사
  • 승인 2017.12.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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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강해<100>
▲ 이재록 목사
이 사건을 통해 야곱은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놀라운 축복의 언약을 받은 야곱은 곧바로 그곳에 단을 쌓고 하나님과의 사이에 언약을 굳게 합니다. 야곱은 이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기념하기 위해 그곳에서 베개 삼았던 돌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언약을 더욱 굳게 하는 증거를 삼은 것입니다. 야곱은 그곳 이름을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의 ‘벧엘’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는 증표로 하나님 앞에 서원을 합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지키심으로 평안히 부모님 품으로 돌아오게 되면 오직 하나님을 섬길 것과 자신이 세운 돌이 하나님의 전이 될 것, 그리고 십일조를 드릴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라헬을 향한 야곱의 변함없는 중심

“야곱이 발행하여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러 … 야곱이 그대로 하여 그 칠 일을 채우매 라반이 딸 라헬도 그에게 아내로 주고 라반이 또 그 여종 빌하를 그 딸 라헬에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야곱이 또한 라헬에게로 들어갔고 그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고 다시 칠 년을 라반에게 봉사하였더라 …”(창 29:1~35)

야곱은 긴 여정 끝에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렀습니다. 동방 사람의 땅이란 메소포타미아 서북쪽에 위치한 하란 근방을 가리킵니다. 목적지에 가까이 다다르자 큰 돌로 아귀가 덮인 우물이 보였습니다. 마침 목자들이 양 떼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우물가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야곱은 목자들에게 어느 지방에서 왔는지 묻습니다. 그들이 하란에서 왔다고 하자 “너희가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느냐”(창 29:5) 묻습니다. 다행히 목자들은 라반을 알고 있었고 라반의 딸 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줍니다. 야곱이 그들과 말하고 있는 중에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옵니다. 이에 야곱은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라헬의 양 떼에게 물을 먹입니다. 그러고 나서 라헬에게 입 맞추고 소리 내어 울며 자신이 그녀의 아버지 라반의 조카로 리브가의 아들임을 알립니다. 야곱은 라헬을 보자마자 먼저 신분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선심을 베풀어 라헬의 환심을 산 후 자신을 밝혔습니다.

뜻밖에 아버지의 생질인 야곱을 만난 라헬은 급히 이 소식을 아버지 라반에게 전합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라반은 야곱을 반기며 집으로 맞아들였습니다. 야곱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으며, 왜 이곳에 왔는지 상세히 말했습니다.

야곱의 말을 들은 라반은 “너는 참으로 내 골육이로다”(창 29:14) 하며 그를 자기 집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런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라반이 야곱에게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어찌 공으로 내 일만 하겠느냐 무엇이 네 보수겠느냐 내게 고하라”(창 29:15) 말합니다. 야곱이 그곳에서 편히 놀면서 지낸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을 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야곱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야곱은 얼마 동안만 머물다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 하여 대충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외삼촌의 일을 도왔던 것입니다.

라반은 이러한 야곱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찌하든 오랫동안 붙들어 놓고자 “무엇이 네 보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진심에서 나온 것이지만 딸들을 빌미로 야곱을 붙들어 놓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이때 야곱은 자신을 오랜 연단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결정적인 선택을 합니다.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습니다. 첫째 딸 레아는 안력이 부족한 반면, 둘째 딸 라헬은 곱고 아리따운 여인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라헬에게 사랑을 느낀 야곱은 그녀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7년간 봉사하겠다고 말합니다. 라반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심은대로 거두다

이때부터 야곱은 7년 동안 라반의 집에서 봉사합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란 그로서는 품꾼 취급을 받는 자체가 자신을 철저히 낮추고 깨뜨려 나가는 연단의 시작이었습니다. 야곱은 라헬에 대한 사랑으로 7년이라는 세월을 수일같이 여기며 견딜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사랑이 온전한 영의 사랑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랑의 힘이 어떠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야곱은 한 번 품은 사랑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고 목표한 바가 있으면 반드시 이루고 마는 근성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맡은 사명을 감당해 내는 좋은 중심을 가졌습니다. 간교한 속성이 있음에도 그가 하나님께 선택받아 쓰일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일념으로 어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했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7년이 채워지자 야곱은 외삼촌에게 라헬을 아내로 달라고 합니다. 이에 라반은 사람들을 모아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혼 첫날밤에 라반이 야곱의 장막에 들여보낸 사람은 레아였습니다.

아침이 되어 속은 것을 안 야곱은 라반에게 항의합니다. 이에 라반은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창 29:26) 말합니다. 그 지방 풍습을 들어 자신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둘러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궁색한 변명이며 정작 그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라반은 야곱에게 새로운 제의를 합니다. 이미 레아와 결혼했지만 칠 일을 채우면 라헬도 아내로 줄 터이니 7년을 더 봉사하라는 것입니다.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칠 일을 채운 야곱은 그토록 소원하던 라헬을 아내로 얻고 다시 7년간 라반을 위해 봉사합니다. 비록 라반이 정당한 방법을 쓴 것은 아니지만 야곱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당한 약속이라도 지켜냅니다.

이것이 야곱에게는 연단의 과정이었습니다. 야곱은 자신의 간교한 속성을 좇아 아버지 이삭과 형 에서를 속이고 장자의 축복 기도를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을 속인 것과 같이 자기도 외삼촌에게 속임을 당한 것입니다. 스스로 지혜롭다 여겼을 야곱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라반의 간교한 꾀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 것입니다.

한편 라반으로 인해 야곱은 자신의 간교한 속성을 돌아보며 변화되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또다시 7년을 봉사하면서 ‘예전에 내가 장자권을 얻고자 형과 아버지를 속였더니 이제는 내가 외삼촌으로부터 철저하게 속임을 당하는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라반의 꾀에 속아 14년을 봉사하는 대가로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이한 야곱은 당장은 원하는 바를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연단의 시작이었습니다. 라반은 두 딸을 야곱에게 아내로 주면서 레아에게는 실바, 라헬에게는 빌하라는 여종을 시녀로 붙여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야곱은 네 여인 사이에서 심한 마음의 연단을 받게 됩니다.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에게 더 사랑을 주었습니다. 라헬은 더 사랑받는다는 자신감으로 언니 레아를 무시합니다. 남편이 레아에게 보내는 조금의 관심이나 사랑도 용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레아 편에서는 야곱의 사랑이 온통 라헬에게 향해 있는 것을 알았기에 동생에게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받으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서는 총이 없는 레아를 긍휼히 여기고 태를 열어 주셨습니다. 레아에게 총이 없다는 것은 레아에 대한 야곱의 사랑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레아는 연이어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 네 아들을 낳았습니다. 반면, 라헬은 한 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데 그러면서 상황이 뒤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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