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의 긴장 관계, 전쟁의 공포와 핵 공격의 협박, 한·중 관계, 한·미 관계, 한·일 관계 등등 외부적 요인들도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데 한몫했으며, 족쇄가 되어 우리를 심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까지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한 정쟁(政爭)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곤 한다. 모든 현상은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형태로 변모해가고, 시간이 바뀌면 그 시간에 맞추어 새로운 생동력을 펼치곤 한다. 건강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건강한 사회의 형성 조건을 우선 세 가지만 제시해본다.
첫째, 인간은 상생(相生)의 존재다. 그래서 ‘나와 너’라는 관계가 천래(天來)의 가치로 의미화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 관계의 기초는 서로 믿는 것이다. 내가 ‘너’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는 자세가 믿음이다. 이젠 우리 사회가 서로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며, 도약의 새 시간을 열어가야 한다. 불신의 사회에서는 ‘나와 너’의 관계가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믿음이 종교인에게는 신앙과 직결된 구원의 도구이며, 사회인에게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 의한 건강한 사회 형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에 정책의 역점을 두고 국민을 위한 일에 매진해야 한다. 국민에게 국가를 위한 의무를 요구하기 전에 국가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치가 그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만든다. 불신의 다리는 누구도 건너려 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저 건너편의 낙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둘째, 건강한 사회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는 사회다. 인간의 삶은 사회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바꿔 말하면 사회가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인간을 만들며, 건강한 국가는 건강한 국민을 만든다. 사회 지도자들, 정치 지도자들의 의무는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작업의 제일 조건은 희망이다. 희망이 없는 사회는 내일이 없고, 내일이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희망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생명과 같은 것이며, 생명의 빛이다.
셋째,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어느 지성인이 남긴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라는 어록이 기억난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인류학적으로 이해하면 사랑이란 개념은 사회적 관계란 의미와 상통한다. 인간은 사회와 상호 유기적으로 관계하며 존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고 하는데, 이 말에 함축된 의미는 인간만 인간과 더불어 사회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사회는 형성된다는 것이다. 동물이 본능으로 존재한다면 인간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사회적 유기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절대적 존대와의 건강한 관계에서만 존재의 의미와 생존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존재다. 이 관계의 근본이 사랑이다. 넓은 의미로 이해하면 사랑은 인간에 잠재된 사회성이다.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고, 사회는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데, 그 힘이 사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건강한 사회는 믿음, 희망, 사랑이 유기적으로 상관된 삶의 자리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가 건강한 인간을 만들고, 건강한 국가가 건강한 국민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 같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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