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봄의 법칙으로
바라봄의 법칙으로
  • 이재록목사
  • 승인 2018.01.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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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강해<102>
▲ 이재록목사
라헬이 요셉을 낳은 후 야곱은 외삼촌 라반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뜻을 비쳤습니다. 라반은 야곱을 좀 더 곁에 붙잡아두려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야곱으로 인해 하나님께 복을 받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그가 마음을 돌이킬 수 있도록 품삯을 다시 정하라고 말합니다. 라반은 이미 여러 차례 품삯을 속였습니다(창 31:7). 그럼에도 또다시 품삯을 줄 테니 좀 더 자신과 함께 있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야곱 편에서 품삯을 정하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습니다. 이때 야곱은 너무나 어리석어 보이는 제안을 합니다. 품삯을 따로 청구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양과 염소 중에서 검거나 점 있고 아롱진 양이나 점 있고 아롱진 염소가 태어나면 그것을 자신의 품삯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양은 대부분 흰색이고 염소 역시 대부분 흰색이거나 검은색입니다. 그러니 검거나 점 있고 아롱진 양이나 점 있고 아롱진 염소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라반은 이 제안이 자신에게 유리해 보였기에 흔쾌히 수용했습니다.

바라봄의 법칙을 활용하다

그러면 야곱은 왜 자신에게 불리한 제안을 한 것일까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 약속하셨습니다. 야곱은 이 말씀대로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키시고 반드시 축복해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자신의 지혜를 믿었습니다. 그동안 가축을 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바라봄의 법칙’을 적용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야곱의 제안을 받아들인 라반의 이후 행동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기 욕심만을 채우려 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라반은 그날로 흰 양과 흰 염소, 검은 염소를 가려서 야곱의 손에 붙였습니다. 나머지는 자기 아들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치는 가축과 야곱이 치는 가축 사이를 사흘 길쯤 떨어지게 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양이나 염소가 야곱이 치는 것들과 섞여서 그중에 점 있고 아롱진 것이 나오지 않도록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은 것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야곱의 지혜가 더해지니 야곱은 오래지 않아 큰 부자가 됩니다. 야곱의 지혜란 바로 ‘바라봄의 법칙’ 또는 ‘바라봄의 믿음의 법칙’을 말합니다. 버드나무와 살구나무, 신풍나무는 겉껍질이 거무스름하거나 짙은 갈색을 띱니다. 반면에 껍질 속은 희고 윤기가 나기 때문에 겉껍질을 드문드문 벗겨내면 얼룩덜룩한 무늬처럼 보입니다. 야곱은 이러한 나뭇가지를 실한 가축들이 와서 물을 먹으며 교미하는 장소에 놓아두었습니다. 가축들이 교미하는 순간에 그 무늬를 보도록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낳은 새끼들을 보니 과연 얼룩얼룩하고 점이 있거나 아롱진 것들이었습니다. 야곱은 가축들에게 바라봄의 법칙을 적용해 막대한 부를 쌓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야곱

“야곱이 들은즉 라반의 아들들의 말이 야곱이 우리 아버지의 소유를 다 빼앗고 우리 아버지의 소유로 인하여 이같이 거부가 되었다 하는지라 야곱이 라반의 안색을 본즉 자기에게 대하여 전과 같지 아니하더라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 … 야곱은 그 거취를 아람 사람 라반에게 고하지 않고 가만히 떠났더라 …”(창 31:1~55)

야곱의 재산이 점점 늘자 라반과 그의 아들들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하루는 라반의 아들들이 “야곱이 우리 아버지의 소유를 다 빼앗고 우리 아버지의 소유로 인하여 이같이 거부가 되었다”(창 31:1)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라반 역시 야곱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랐습니다. 부를 쌓아갈수록 야곱과 라반은 서로 견제했고 점점 더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야곱은 더이상 라반과 함께 살 수 없었습니다. 이를 아시는 하나님께서 마침내 야곱에게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창 31:3) 말씀하십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알려 주신 것입니다. 야곱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먼저 라헬과 레아를 불러 그들의 아버지 라반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이 전과 같지 않음을 설명합니다. 그러고는 라반이 그동안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며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했는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합니다. 더욱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까지 언급했습니다. 곧 자신이 정당하니 하나님께서 라반의 짐승을 빼앗아 자신에게 주셨다고 합니다. 야곱은 라반의 재산을 기반으로 꾀를 내어 부를 쌓았는데도 모든 것이 하나님 뜻과 섭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꿈 이야기를 아내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라반과 품삯 계약을 맺은 후, 양 떼가 새끼를 밸 무렵에 꾼 꿈입니다. 꿈에 보니 자신이 돌보는 양들에게 교미하려고 접근하는 숫양이 모두 얼룩무늬 있는 것과 점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이었습니다. 또 꿈속에서 하나님의 사자가 “네 눈을 들어 보라 양 떼를 탄 숫양은 다 얼룩무늬 있는 것, 점 있는 것, 아롱진 것이니라”(창 31:12) 말했습니다. 꿈 이야기만 놓고 보면 얼룩무늬 있고 점 있으며 아롱진 양 떼를 얻은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역사인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야곱의 머리에서 나온 자기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이러한 꿈을 보여 주시고 야곱이 자기 방법대로 부를 쌓도록 허락하신 이유는 그동안 성실히 행한 것에 대해 공의 가운데 합당한 열매를 거두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축복받도록 함께하며 지켜 주셨지만, 그가 동원한 방법까지 주관하신 것은 아닙니다. 야곱이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인 ‘바라봄의 법칙’을 나름대로 활용해 부를 쌓아 갈 수 있었을 뿐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곱은 마치 하나님께서 친히 보장하고 역사하신 것처럼 말합니다.

만약 야곱이 선했다면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굳이 라반의 부당함을 부각하여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자기 생각과 지혜 가운데 한 일을 마치 하나님의 뜻처럼 포장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야곱은 라반과 함께하면서 오랫동안 연단을 받았는데도 아직 자기 생각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분명 그가 고향으로 가는 것은 하나님 섭리 안에 있는 일이지만 그의 처신은 옳지 않았습니다.

먼저 라반의 마음을 녹이거나 그와 화평할 방법을 찾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동시에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려 하기에 바빴습니다. 야곱이 급히 떠나려고 한 것은 라반이나 그의 아들들과의 갈등을 피해 보려는 의도가 컸습니다. 라반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한 후에 평화롭게 떠나려는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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