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침 조약을 맺다
불가침 조약을 맺다
  • 이재록목사
  • 승인 2018.01.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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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강해<103>
▲ 이재록목사
라반의 추격


라헬과 레아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야곱의 제안에 순순히 따릅니다. 드디어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모은 모든 짐승과 소유물을 가지고 가나안 땅을 향해 떠납니다. 그때가 양털 깎는 시기였으므로 라반이 집을 비운 상황이었는데 야곱은 그 틈을 이용해 몰래 도망치듯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때 라헬이 아버지 라반의 드라빔을 훔치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깁니다. 드라빔이란 구복(求福)과 점술, 신탁(神託) 행위와 관련해 당시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던 우상을 말합니다. 라헬이 드라빔을 훔친 까닭은 그동안 아버지에게 쌓인 감정 표현이며, 앙갚음이었습니다. 창세기 31장 15절에 “아버지가 우리를 팔고 우리의 돈을 다 먹었으니”(창 31:15)라고 말한 데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야곱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가족과 모든 소유를 이끌고 길르앗 산으로 향합니다. 야곱이 도망한 지 삼 일 만에 이 소식을 들은 라반은 곧바로 형제들을 불러 모아 뒤쫓았습니다. 라반은 야곱이 도망했다는 소식에 분노했습니다. 갈 곳 없는 야곱을 거두어 두 딸을 아내로 주고 부자로 만들어 주었는데 아무 말없이 떠났다는 것이 너무나 괘씸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드라빔까지 없어진 것을 알고 형제들을 거느리고 추격해 갔습니다.

그런데 라반이 야곱 일행에게 미치기 직전, 하나님께서 그의 꿈에 나타나 “야곱에게 선악 간 말하지 말라”(창 31:24)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라반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지만 하나님과 그분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창 30:27). 그러기에 야곱에 대해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길르앗 산에 이르러 야곱 일행을 따라잡은 라반은 “내 딸들을 칼로 잡은 자같이 끌고 갔으니”(창 31:26) 하며 마치 야곱이 두 딸을 위협하여 데리고 도망한 것처럼 책망합니다. 고향으로 떠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크게 잔치를 베푼 뒤 보내 주었을텐데, 몰래 도망하여 딸들과 손자들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라반이 야곱을 추격한 데에는 분명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미리 꿈으로 역사하여 야곱을 지키신 것입니다.

언약의 증표로 돌기둥을 세우다

결국 라반은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야곱의 귀향을 허락합니다. 그러나 야곱을 곱게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어찌 내 신을 도적질하였느냐”(창 31:30)며 잃어버린 드라빔을 빌미로 시비를 겁니다. 라헬이 드라빔을 훔친 사실을 모르는 야곱은 자기들의 짐을 조사하여 드라빔이나 라반의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외삼촌의 신은 뉘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라”(창 31:32)고 큰소리쳤습니다. 이에 라반은 야곱과 레아, 그리고 두 여종의 장막까지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이제 라헬의 장막만 남았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라헬은 한 가지 꾀를 짜냅니다. 드라빔을 낙타 안장 밑에 감추고 그 위에 앉은 것입니다. 그리고 경수가 나서 일어나 영접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라반이 장막을 다 뒤진 뒤에도 드라빔을 찾지 못하자 분위기는 역전됩니다. 야곱은 자신의 무죄가 밝혀지자 “제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하고 따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게 라반의 양 떼를 돌보고 큰 유익을 주었는지 말하고 그럼에도 라반이 품값을 열 번이나 바꾸며 홀대했다고 책망합니다. 더 아쉬울 것도 없고 라반이 불리해지자 한껏 서운함을 토로한 것입니다. 비록 라반이 간교하게 속였고 잘한 일이 없다 해도 이런 야곱의 모습은 하나님 앞에서 선하다 인정받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끝까지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라반은 야곱에게 “이제 오라 너와 내가 언약을 세워 그것으로 너와 나 사이에 증거를 삼을 것이니라”(창 31:44) 합니다. 야곱은 라반의 제의를 받아들여 언약의 증표로 돌기둥을 세웁니다. 라반은 야곱에게 앞으로 자신의 딸을 박대하거나 다른 여인을 취하지 않겠다고 하나님 앞에 약속하게 합니다. 또한 자신도 경계를 넘어서 야곱에게 가지 않을 테니 야곱도 경계를 넘어와서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 앞에 약속하라고 요구합니다. 야곱이 이를 받아들임으로 결국 두 사람은 선을 긋고 갈라섰습니다. 야곱은 라반에게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었고, 관계가 단절된다 해서 손해될 것 같지 않았기에 라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라반도 무정하지만 그의 요구를 얼른 받아들인 야곱도 하나님 보시기에 결코 선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야곱은 하나님이 주관하셔서 라반으로부터 독립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박정하게 선을 긋고 인연을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라반은 손자들과 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복을 빌어 준 뒤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야곱도 그리운 아버지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치열한 영적 전쟁에서

“야곱이 그 길을 진행하더니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지라 야곱이 그들을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하나님의 군대라 하고 그 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하였더라 …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그 사람이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야곱의 환도뼈를 치매 야곱의 환도뼈가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위골되었더라 … 그 사람이 가로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사람으로 더불어 겨루어 이기었음이니라 …”(창 32:1~32)

가나안 땅으로 가는 길에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잠시 영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여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을 보여 주셨는데 그들은 천사장 미가엘의 휘하에 있는 천사들로서 야곱은 군사의 복장을 한 그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군대’라 표현합니다. 야곱의 영안을 열어 천사들을 보게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통해 그를 지키며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야곱이 영적인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하나님의 군대를 보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단지 하나님의 군대를 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 그 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부릅니다. 야곱은 하나님의 군대를 보고도 그 의미를 자신과 연관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현실 앞에서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계속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의지하려고 합니다.

야곱은 아직 에서와의 감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만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궁리 끝에 에서에게 사자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에서에게 전할 말을 알려 줍니다. 자신을 에서의 종이라 낮추며 지금까지 자기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지냈고 많은 재산이 있다는 것과, 에서와 화해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자신의 많은 소유 중 일부를 줄 수 있으니 예전 일은 다 잊고 용서해 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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