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멘토를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책에서, 누군가는 위인의 삶을 통해 만나기도 한다. 여기 또 하나의 멘토가 있다.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2012. 샘터)가 그것이다.
책은 가수 양희은, 김태원, 영화감독 곽경택, 이창동, 시인 김용택, 작가 박상우과 하성란, 배우 이주실, 개그맨 이동우, 사업가, 사회활동가, 영화평론가, 아나운서 등 마흔아홉명이 그들에게 힘이 되었던 한 마디를 들려준다. 힘겨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말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금 그 과정을 겪는 누군가에게 긍정과 희망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라 할 수 있는 일화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읽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런 사연이 더 와 닿았다. 먼저, 한평생 촌부로 고단한 일상을 사는 어머니의 말이 힘든 일을 만날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작가 정희재의 이야기다.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 그저 오늘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말로 들렸다.
‘해가 지면 안도하고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겁났다던 엄마는 그런 세월을 살아오면서 알아차린 것이다. 게으른 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의 눈은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해야 할 일 전부를, 인생 전체를 내다보면 미리 겁먹기 쉽다는 것을. 엄마는 말했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 걸음, 손에 잡히는 잡초 하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도 말끔해진다고. 인생의 모든 문제는 반드시 끝이 있다고.’ <정희재, 15쪽>
‘국민 할매’ 에서 긍정과 희망의 아이콘이 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말은 정말 멋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현재 그는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며 산다. 현실을 사랑해야 미래가 있다는 말은 식상하고 진부한 말이 맞다. 하지만 그 다음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기적은 현재가 있어야 일어난다는 말, 기적을 경험한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고통에 빠져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이 순간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거름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현실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그 현실을 사랑해야 미래가 있다. 그리고 기적은 현재가 있어야 일어난다.’ <김태원, 130쪽>
누구에게나 삶의 낭떠러지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낭떠러지를 바라보는 시선일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그 길은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독일문학 번역가 안인희의 말처럼 말이다. 어떤 고비를 만나든 견디고 나면 나중에는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니까.
‘이제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는다. 예전에 나를 죽일 듯 좌절하게 했던 것들이 지금 내게 힘이 되고, 언젠가는 지나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또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여겨지라는 것도. 많이 힘들 때면 혼자 조용히 이렇게 되뇐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한다”라고, 이것을 견디고 나면 나는 더욱 유연하게 강해지리라.’ <안인희, 139~140쪽>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건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의 터널을 지나왔고 부단한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넘어지고 다쳤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한 마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한 마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