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적자>의 한 대목이다. <추적자>는 어린 딸(17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충격에 아내까지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해를 넘기고서도 여운이 길었던 까닭은 확실히 정신건강에 좋지 않지만 우리사회현실을 여실히 대변해서가 아니었을까.
이렇듯 드라마는 우리 삶을 담고 있다. 책<드라마가 그녀에게>(앨리스.2013)의 저자 이소연 PD는 지면을 빌려 드라마와 그에 연동하는 삶의 순간들을 담았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삶의 자락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내며 드라마와 인생이야기를 버무려 진솔하게 다가온다. 책에 따르면 이 PD가 몸담고 있던 방송국이 95일간 이어진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복귀했을 때, 드라마 <추적자>가 방영 중이었다.
이 PD는 <추적자>를 보며 ‘화병이 날까 싶어 그만 볼까 고민했던 드라마가 이것 말고 있었을까 싶을 만큼 절절하게 공감했다’고 고백했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이 정말 교과서에만 있는 문장은 아닌 것인가’, ‘선한 것이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라면 선한 삶을 살라고 가르쳐서는 안 되는 게 아니란 말인가’ 이런 서러운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방송국 파업을 통해 겪었을 심적 부담감을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게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가 ‘좌절’과 ‘고통’만 담은 것은 아니다. 이 PD 또한 이에 대해 주인공 홍석(아빠 역)을 통해 깨달았다고 밝혔다.
주인공이 죽음의 문턱에 닿은 순간에도 ‘살아남자’라 내뱉은 말이 패배자의 언어가 아니라 승리를 꿈꾸는 자들의 선언이라는 것. 이 PD는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단 속에서도 인간미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소회했다.
또한 법륜 스님의 힐링 강연회에서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삶의 통찰을 얻었던 때도 소개했다. 책은 풍문으로만 들었던 ‘즉문즉설’의 강연회에서 주고받았던 첫 번째 질문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고 전했다.
‘첫 번째 질문이 나왔다. 나쁜 사람들이 힘 있는 자리에 있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사람들이 웃었다. 정말 웃겨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을 웃지 않았다. 이어진 답은 간명했다. 선한 것이 승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을 가진 쪽이 승리합니다. 그러므로 선이 힘을 가져야 합니다.’ -26쪽
이기고 지는 것은 선악과 무관한 ‘힘의 논리’라는 말이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워 누가 이길까에 대한 대답은 결국 힘 있는 쪽이라는 것. 무엇보다 힘을 기른다면 선한 사람들이 힘 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이 조금씩 변하지 않겠느냐는 희망과 함께 말이다. 책은 이처럼 드라마와 삶 그리고 저자의 경험이 한데 버무려 인생의 희망에 대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