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故 박완서 작가 8주기를 맞아 후배 작가들이 모여 헌정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작가정신.2019)을 펴냈다.
책은 ‘사람다운 삶에 대한 추구’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준 박완서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제목처럼 ‘멜랑콜리’와 ‘해피앤딩’의 요소를 담아 소설가 권지예, 손보미, 이기호, 함정임 등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부터 중견작가까지 총 29인이 모여 쓴 작품이다.
권지예는 <안아줘>에서 병원 앞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주인공 선영을 그렸다. 선영은 엄마가 돌아가신 계절이 돌아오면 회한에 젖어 거리로 피켓을 들고 나간다. 치매로 자신을 엄마라 부르며 안아 달라 떼쓰던 늙은 아기였던 엄마를 번번이 밀쳐냈던 아픈 기억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기호의 <다시 봄>에서는 생활고에 치인 가장의 비애,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월세에 가까운 고가의 레고를 차마 사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초등학생 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술김에 고가의 레고를 샀다 아내의 질책에 아들과 환불하러 가는 모습이 아프게 읽힌다. 하지만, 가난의 대물림에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부자의 모습에 희망을 본다면 너무 낙관적 해석일까.
함정임은 <그 겨울의 사흘 동안>에서 고 박완서 작가를 직접 언급한다. “편집자와 작가, 까마득한 후배 작가와 대작가와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연애 중인 딸과 엄마, 갓 시집간 딸과 친정엄마 사이의 애틋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수다의 향연이었다.”며 고인과 만남을 기록했다.
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콩트 형식의 소설이지만, 다채로운 소재와 유머, 풍자, 기지를 담고 있어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해 늘 현역으로 활동했던 고인을 기리는 후배들의 마음을 보면 여전히 그는 작품으로나 정신으로나 후대에 현역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