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불패' 서울도 안심할 수 없어...경기·인천 미분양 공포 확산“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지난해 뜨거웠던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올 들어 서울 분양단지가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면서 ‘로또청약’ 열풍도 자취를 감췄고, 경기도와 인천 분양시장 역시 잇따라 청약미달이 속출하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하는 분위기다.
■ 서울 ‘로또분양’ 사라졌다...1년 만에 달라진 온도차
지난해 세 자릿수를 기록하며 광풍이 불었던 서울 분양시장은 올 들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2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1순위 청약 263가구 모집에 총 2930명이 접수해 평균 11.1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해당 단지는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다가 지하철 3호선 홍제역과 가까운 초역세권으로 입지가 뛰어나 일찍이 알짜단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상 1순위 청약에서는 가까스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분양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보단 ‘선방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가 3.3㎡당 2469만원으로,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당초 높은 분양가로 실수요자들이 부담을 느껴 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7억9000만~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입주한 인근 ‘홍제역아이파크’ 84㎡형의 시세와 비교했을 때 1억원도 차이나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낮은 분양가의 아파트들이 출몰하면서 수 억원의 시세 차익을 잡을 수 있다는 ‘로또청약’ 열풍이 불었다. 당시 경쟁률은 세 자릿수는 물론이고, 밤낮으로 줄을 서는 등 너도나도 ‘묻지마식’ 청약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데다가 대출규제마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자금마련이 쉽지 않아졌다. 특히,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의 폭등으로 인근 분양 아파트 역시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청약에 망설이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지난달 분양을 나선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도 다소 높은 분양가로 고배를 마셨다. 서울 분양단지로는 2017년 9월 '장안 태영 데시앙' 이후 2년 만에 미달사태가 난 것이다.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370만원이다. 광진구 내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어선 처음으로, 전용 84㎡의 분양가는 9억9000만~12억40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단지의 분양가가 전 주택형 모두 9억원을 넘어서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다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별 반 차이가 없는 것도 구매 매력도를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경기·인천 청약시장도 ‘주춤’...일부 미달도 속속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청약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6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안양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75대 1을 기록했다.
이 중 전용 84㎡A와 105㎡A 등 2개 주택형은 각각 1.21 대 1과 1.03 대 1을 기록했지만, 예비당첨자까지 포함해 140%의 청약자를 채워해야하기 때문에 추가 접수를 진행해야한다.
해당 단지는 뛰어난 입지로 이목을 끌었으나, 역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약흥행에는 도달치 못했다는 평가다. 안양 최초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을 돌파해 ‘서울 못지않게 비싸다’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분양한 수도권의 값비싼 아파트들은 줄줄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검단센트럴푸르지오'는 지난 20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439가구 모집에 1154명이 몰려 일부 물량이 미달됐다.
지난 21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한 인천 부평구 '부평지웰에스테이트'도 미달물량이 나왔다. 145가구 모집에 111명이 신청해 총 34가구의 잔여분이 나왔다.
이들 분양단지 역시 높은 분양가로 완판에 애를 먹었다는 분석이다. '검단센트럴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당 1240만원이다. 올 들어 분양한 검단 우미린더퍼스트', '검단 한신더휴'보다 30만~50만원 높으며, 검단신도시 중에서 가장 최고가를 자랑한다.
'부평지웰에스테이트' 분양가는 3.3㎡당 1400만원으로 지난 1월 분양된 ‘쌍용 더 플래티넘부평’보다 50만원가량 비싸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산정이 계속될 경우 청약미달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서울 아파트 분양=로또분양’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고, 겹겹 규제로 수요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해지면서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적정 분양가 산정 실패로 잔여물량을 즉각 처리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