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날짜를 '비밀의 숫자'란 시로 만들어 아내에게 바치다
첫 만남 날짜를 '비밀의 숫자'란 시로 만들어 아내에게 바치다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1.07.05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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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아내와의 인연을 ‘비밀의 숫자’(비밀번호로 추정)로 만들어 늘 사랑을 확인하고 나아가 못 다한 마음을 전하는 시가 화제다.

신간 <비밀의 숫자를 누른다>(김태경, 2021)는 함께 살아온 시인의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요, 훗날까지 살아가자는 말 없는 약속의 의미를 담은 사랑 고백 같은 시집이다.

"비밀의 숫자를 누른다 / 이 별에서 처음 만나던 날을 / 날마다 당신의 기억을 누르며 들어간다 / 문을 열 때마다 / 함께 걸어온 길을 각인시켜 주는 비밀의 숫자 / 가끔, 문 앞에서 사랑을 생각하며 / 오랫동안 서성일 때도 있어라 / 슬픔을 닦아주지 못해서 / 더 살갑게 대해 주지 못해서 / 뉘우침으로 앉아 모과나무를 바라본다 (중략) 비밀의 숫자를 누르고 / 조용히 들어가서 만난 사랑은 /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빈방에 앉아 / 홀로 사경을 하다가 / 전화한다, 양팔로 안았던 기쁨에게 / 언제나 눈부신 별들아(<비밀의 숫자를 누른다> 일부)

시인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인연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시어로 표현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왜 고향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걸까, 여행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삶과 죽음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등이다. 

”자식들 떠난 자리 / 또 쓸고 닦으며 기다며 살다 / 쓸쓸함을 덮고 있는 노을만 바라봅니다 / 내다보는 대문 밖 바람은 지나가고 / 기다리는 자식 같다며 / 좁쌀알 먹이로 놓아 / 날아온 참새들 바라보며 웃으신다“ (중략) 홀로 가는 인생인데 / 그 좋은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하신다며 / 건네주시는 한 잔의 서글픔(아버지와 딸) (32쪽).

친정 부모에 대한 아내의 애잔한 마음을 표현한 시다. 비록 소소하지만 그 파편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우리가 살아갈 삶의 길에 대한 고민, 성찰 등을 담았다. 어렵지 않은 언어로 우리말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데 방점을 뒀다. 

저자인 김태경 시인은 “30년 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 정서, 시대적 고뇌를 견디고 이겨낸 참여 시인들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 종교적인 힘과 기도의 정신, 산업화로 인한 현대사회의 풍경 속에서 전통의 아름다움 등을 담은 시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시들이 시창작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시적 표현방식, 주제의 형상화 등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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