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회장 연임 논란 대해선 끝내 소신
백팩을 멘 회장님, 진짜 트레이드 마크는 '노란 넥타이'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꼭 획일적인 답이 있다면 모든 회사가 그렇게 했고, 세계 모든 기업들이 한 방향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죠."
오는 11월 20일 퇴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와 지주 회장들의 연임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각 회사의 연혁, 처한 상황과 업종의 특성, 문화적인 차이 등을 고려해 각 기업에 따라 각자의 체질에 맞는 고유의 체계를 개발하고 육성·발전시켜야 된다"며 "저는 취임 초기부터 회장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 이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KB금융이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3단계 구성, 경영승계규정 마련, 부회장직 10년 만의 부활 등 그간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및 유능한 회장 후보군 발굴과 육성 등과 관련해 지속 보완·발전시켜온 점을 설명했다.
관련해 윤 회장은 "CEO의 가장 중요한 책무 1번은 재임기간 중 좋은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경영성과를 낼 수 있는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본인의 뒤를 이어 좋은 CEO가 나와 본인 못지않게 더 잘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 관련 획일적 규제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모든 회사가 한 프레임(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큰 착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B금융의 경우 이해관계자 의견을 잘 투영하는 이사회를 위한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 보장, 체계적인 회장 승계 프로그램 구축 등에서 노력해온 점도 설명했다.
윤 회장은 "근본적으로 지배구조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주, 고객, 이해관계자 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저희 지배구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 발전시키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향한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는 한국의 금융회사들의 글로벌화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지 않고는 이루기가 쉽지 않고, 최근 국내서도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흐름을 짚었다.
그는 "2018년 하버드 경영자 리뷰 자료를 보면 S&P500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재임기간이 최소 7년"이라며 "(우리나라는) 3년, 6년마다 CEO를 바꾸는데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성과가 나오는 글로벌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한 "최근 CEO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객관적이고 냉담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며 "주주를 믿고 CEO의 재임기간은 회사별로 차별화되는 게 옳은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3000억원에 가까운 경남은행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반복되며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제기된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숙였다.
윤 회장은 "저희도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 일부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100억 가까운 이득을 봤다는 내용이 있다"며 "부끄러운 일이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제가 사과해야 하는데 양종희 회장 내정자가 먼저 사과하셨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와 직원 윤리 의식 교육강화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종규 회장은 재임기간 대표적 성과로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 지위 달성,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 탄탄한 경영승계 구조 구축 등을 꼽았다.
윤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9년 동안 KB금융 상징색인 노란색 이외에 다른 색깔의 넥타이를 매 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 회장은 백팩을 잘 메고 다녀서 '백팩을 멘 회장님'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은 "제 친구는 가끔 제게 몸에 빨간 피가 아니고 노란 피가 흐르는 게 아니냐 농담도 하는데, 그만큼 KB는 저에게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고 퇴임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