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분할 등 자본거래
본질가치 제대로 반영?
'합병 불공정' 논란 지속
개인주주 대응방안 관심
"주주권 행사 등을 검토"
[회아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두산그룹이 실시할 예정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1대 0.63 합병비율' 등을 강하게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서울 여의도 IFC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정현 변호사는 "사실 소액주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이 많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주주 입장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적극적인 반대매수 청구권 행사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며 "사후적인 조치로 법적인 대응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 우선은 9월 25일 '주총서 반대표'
오는 9월 25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찬반을 표명할 수 있다.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른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3개사의 분할·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 등 자본거래는 모두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다. 반대의사 접수기간은 오는 9월 10일부터 24일까지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한 조건은 참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 표결이다. 현재 지분구조를 고려했을 때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총에선 최소 15.04% 이상의 반대표가, 두산밥캣 주총에선 최소 23.04%를 초과하는 반대표가 나와야 안건 무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주로는 지배주주인 두산 및 특수관계인(지분율 30.67%)을 비롯해 ▲국민연금공단(6.85%) ▲두산에너빌리티우리사주(2.31%) ▲공시제외주주(60.06%) 등이 있다. 두산밥캣 지분구조는 지배주주인 두산에너빌리티 및 특수관계인(46.08%) ▲국민연금공단 (7.22%) ▲자기주식(0.16%) ▲공시제외주주(46.54%) 등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에너빌리티·밥캣 주총에서 실제로 안건이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정현 변호사는 "시장에서 추가적인 지배주주 (우호)지분 존재 가능성, 일반 주주 찬성 표결 가능성이 있어 더 많은 반대 의결권 행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반대해도 가결시엔 적극적 주매청
시장에서는 두산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최대 수혜자가 지배주주인 두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인적분할된 투자부문을 흡수합병,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 및 상장폐지 된다. 이를 통해 매출 약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대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주주 지분율은 14%에서 42%로 껑충 뛰어 오른다. 두산밥캣 주주가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만일 주총을 거쳐 이 같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가결된다면, 반대주주는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을 행사할 수 있다. 주매청은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상 보장되는 권리다. 이번 주매청 행사기간은 9월 25일~10월 15일까지(주총 종료 후 20일 이내)가 된다.
변수는 반대주주들의 주매청 규모가 일정 한도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체 지분의 4.4%에 해당하는 6000억 원, 두산밥캣은 전체 지분의 20%에 해당하는 1조5000억 원을 각각 초과하는 경우가 주요 선행조건이다.
요점은 반대주주 입장에서는 선행조건의 지분율이 주총 부결에 필요한 지분율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반대주주는 일정가액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규모의 주매청 행사를 통해서 주총을 통과한 증권거래 계약을 해제시킬 수가 있다"고 했다.
주매청 청구가격은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밥캣 5만459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는 두산에너빌리티 1만9280원(전일 대비 0.30% 하락), 두산밥캣 1만9820원(-2.79%), 두산로보틱스 7만9800원(-4.43%)이다.
■ 사후조치로 법적대응도 '고려 가능'
사후적으로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주주권 행사 외에도 주총 결의가 가결된 경우 개인 주주는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형사상 배임죄 고발, 주총 결의 취소, 분할 합병·교환 무효 소송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상법 제401조, 제403조를 근거로 한다. 상법 제403조는 소수 주주권을 갖춘 주주는 이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상법 제401조는 직접 손해를 입은 주주가 청구할 수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다만 판례는 주주의 간접손해는 배상범위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가 입은 손해가 직접손해에 해당함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가 결의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및 부당성, 주주가 입은 직접손해 사실과 구체적 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형사상 배임죄 고발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견해다. 이 경우 합병비율의 현저한 불공정성 및 부당성에 비춰 이사회 결의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임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대응은 주총 결의 취소 및 합병·교환 무효 소송이다. 다만 이미 주총에서 결의가 집행된 사안의 유효성을 다투는 방식으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이 경우 사전적 가처분 신청을 통해 피보전권리 확보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판례도 언급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당시 삼성물산의 7.12% 지분을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문제 삼아 주총 이전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이 변호사는 "삼성물산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본건 역시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합병가액의 비율을 산정해 문제가 없다고 볼 여지도 존재한다"면서도 "다른 사실관계들을 고려했을 때에는 법원이 다른 평가를 내릴 여지도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