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해외증권투자 우위 지속 전망
최근 엔화 강세 외환시장 영향은 제한적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은행이 이른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 증가가 외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12일 공개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대비 거주자 증권투자는 우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거주자 우위 흐름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2억4000만 달러로 채권을 중심으로 둔화를 보인 반면 거주자 해외증권 투자는 101억1000만 달러 순투자가 이뤄졌다.
이는 올해 상반기 월평균 69억5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7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상대적으로 단기투자 성향인 증권사, 투자회사가 매도(순회수)를 주도했다. 이들은 과거 국내금리가 하락 시에도 매도세를 보였다. 시장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목적으로 추정된다. 거주자는 해외채권 투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한은은 "주식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순투자가 이어진 한편, 채권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미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향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이득을 겨냥한 투자자가 유입됨에 따라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올 상반기에는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등으로 국내주식 위주 순투자를 지속했던 바 있다. 채권도 국내 보험사와의 본드 포워드(채권 선도) 거래 관련 장기채권 수요 등에 주식보다는 작았지만 순투자를 이어갔다. 1~7월 외국인 국내증권 순투자는 총 257억8000만 달러로 2017년 같은 기간 272억4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거주자의 해외주식과 채권 순투자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규모는 올 1~7월 작년 연간 453억7000만 달러를 이미 초과한 517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산업 성장 전망과 원화금리 수준이 미 달러화 금리보다 낮은 내외금리 역전 지속 등의 영향이다. 이 기간 외화를 사서 하는 해외증권투자가 원화를 사서 하는 외국인 국내증권투자의 약 2배(260억 달러 우위)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거주자 해외증권 투자 우위 흐름이 대외리스크 요인 전개에 따라 외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대외리스크가 부각되면 거주자와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모두 위축되는 경향이 있지만, 거주자 중 개인투자자의 경우 국제금융시장 불안기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초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 개인은 나흘간 약 5억7000만 달러 규모로 해외주식 순매도를 늘렸지만, 2020년 1~3월 코로나 시기 나스닥 지수가 14.2% 하락했을 당시에는 해외주식을 18억5000만 달러 순투자한 바 있다. 과거 대외리스크 확대시 외국인의 국내주식 자금은 해외로 유출된 반면, 거주자의 해외주식 자금의 환류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거주자의 낮은 환류 성향은 미국 주식시장의 높은 수익률에 따른 해외주식 선호현상, 공적기관의 해외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앞으로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국민연금기금 등 공적기관의 해외투자 확대, 미국주가의 상대적 강세와 시장금리 하락 등에 증가세 유지가,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는 글로벌 AI산업과 경제전망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엔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이나 국내 자본 유출입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는 지난 2012년 말부터 추세적 약세였지만 올해 7월 들어 강세로 반전했다. 미일 간 금리차 축소 기대가 강화되고 일본계 투자자금 환류에 따른 엔화 환전수요 증가해서다. 특히 미일 금리차 축소 전망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된 것이 엔화 강세를 가속했다.
한은은 미일 간 금리차 축소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는 당분간 미 달러화 대비 강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엔화 모두포지션의 급격한 청산에 의한 추가적인 엔화 강세 가능성은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내의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이 많지 않았고, 엔화 차입규모도 크지 않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일본계 자금의 본국 환류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