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출간된 문학, 경제(경영), 사회(정치), 역사, 인문, 자기계발, 아동(청소년), 에세이(여행), 예술, 실용 총 10개 부문에 걸쳐 80권을 1차 후보작으로 뽑았습니다.
한 해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 북데일리가 인상깊게 주목했던 작품, 완성도는 높지만 베스트셀러에 들지 못했던 작품, 실험성, 진정성을 두루 살펴 뽑았습니다.
흔히들 하는 ‘1위’를 비롯한 ‘순위’는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진정한 가치가 ‘시장의 잣대’만으로 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근소한 차이로 10권에 선정되지 못한 아까운 책들도 ‘함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 북데일리가 뽑은 2006년 ‘올해의 책 10’ -
한국인의 자서전 (인문) | 김열규 | 웅진지식하우스
김열규 교수의 50년 연구인생을 결산하는 역작. “한국인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는가?”라는 그의 자문은 민족적 정서를 규명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발언이다. 단군신화의 웅녀의 굴을 남성에 의한 감금과 억압으로, 칠거지악을 악법중의 악법으로 명명한 시선은 날카롭지만 여유롭다. 책을 풍요롭게 만든 상식이 ‘지당한’ 석학의 것이라‘상상력’은 저자의 타고난 재주다. 통렬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한국인을 분석한 올해의 읽어야 할 인문서.
아메리카 자전거여행 (에세이) | 홍은택 | 한겨레출판
홍은택은 다리로 세상을 본다. 밟아봐야 믿고, 달려봐야 느끼고, 디뎌본 후에야 말문을 연다. 자전거는 그와 세상을 이어주는 끈이다. 40킬로그램의 짐을 자전거에 싣고, 6천4백 킬로미터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달린 여정은 그와 땅이 나눈 긴밀한 대화다. 힘줄을 뚫고 나오는 쇄골과 자전거에 헤진 살은 고된 현실에 적응해나가는 인간의 비루한 삶을 은유한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길 위에서 얻은 소중한 단상들은 천천히 읽고 오래 생각 할 ‘문제적’ 글 묶음이다.
남쪽으로 튀어 (소설) | 오쿠다 히데오 | 은행나무
‘현실과 이상의 괴리’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초등학생의 명랑한 성장담으로 탁월하게 풀어낸 ‘올해의 소설’. 운동권 출신의 부모가 겪는 가치관의 충돌을 통해 제도권 교육의 맹점과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등을 예리하게 비판한다. 포복절도를 불러일으키는 코믹한 상황 속에서도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웃음과 비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상황, 빠르고 쉽게 읽히는 문체는 장점이자 매력이다. 오쿠다 히데오 문학의 거대한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
가재미 (시) | 문태준 | 문학과지성사
관찰에 그치지 않고 회화까지 확장되는 문태준의 글쓰기는 빈곤과 늙음을 새삼, 아름답게 반추한다.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 준다” 노모(老母)의 주름을 아름다운 입가와 골짜기로 묘사하는 감수성은 백석을 환기 시킬 만큼 영롱하다. 90년대 서정시의 문법을 자신만의 문체로 육화시킨 젊은 시인 문태준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수성을 되찾고 싶은 독자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할 시집.
미국 민중사 (역사) | 하워드 진 | 시울
노암 촘스키와 함께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으로 일컬어지는 하워드 진의 장대한 기록물. 정치가, 사업가, 정복자가 아닌 이름 없는 민중들의 투쟁이 녹록히 담겨 있다. 1980년에 나온 초판 이래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민중사’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역사가 누락시킨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한 노력과 장대한 서사시. 저자의 유려한 문체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소장해서 읽어야 할 문화역사서.
사랑의 역사 (소설) | 니콜 크라우스 | 민음사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는 올해의 발견이다. ‘실험성’과 ‘독창성’이라는 기준에서 올해 이 소설을 능가 할 작품은 없다. 텍스트 안팎의 세계를 끊임없이 교류시키는 놀라운 짜임새는 단연 독보적이다. ‘쉽게 읽히지’ 않는 이 소설은 집중해서 읽을수록 단순한 출구가 열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힌다. 세공력이 돋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도대체 무슨?”이라는 질문을 연발케 한다. 올해의 가장 독창적인 소설.
피라니아 이야기 (자기계발) | 호아킴 데 포사다 | 시공사
“<마시멜로이야기>로 실망했기 때문에 읽지 않겠다”는 생각은 불필요한 편견이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가치는 <피라니아 이야기>에서 재발견된다. 설득할 마음 따위는 없다는 듯 한 무심한 문투는 과장하지 않음으로서 그 효력을 발휘한다. 체험으로 얻은 일화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연습만 거듭했던 소심한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진정성의 메시지는 ‘계몽적’ 훈계가 아닌 ‘자발적’ 깨우침을 동반한다. 일곱 마리의 피라니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읽는 의미가 있다.
한미 FTA 역전 시나리오 (인문) | 최병일 | 랜덤하우스코리아
한미 FTA 협상의 실제적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한미 FTA의 본질적 문제에 다가설 수 있는 포문을 마련하고 있다. 한미 FTA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FTA 바로알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저자 최병일 교수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한국협상단이 추구하는 구체적인 협상대상을 추적한다.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협상대표단에 쥐어주는 ‘역전의 시나리오’를 제안해 통쾌함을 준다. 정치적 이념의 편향성을 떠나 한미 FTA의 실체를 기록한 뜻 깊은 저작.
롱테일 경제학 (경제) | 크리스 앤더슨 | 랜덤하우스코리아
올해의 가장 중요한 경제서. ‘80/20법칙’을 뛰어넘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 ‘롱테일 이론’을 포괄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은 낯익은 환경에서 현대사회를 읽는 주요 키워드를 ‘축출’해 설명한다. 그가 주장하는 롱테일 이론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급변하고 있는 시장상황을 압축하는 앞선 개념이다. 21세기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누구나 읽어야 할 책.
콧구멍을 후비면 (아동) | 사이토 타카코 | 애플비
“콧구멍을 쑥쑥 후비고, 이 닦기 싫어하고, 손가락을 쪽쪽 빨고, 배꼽을 쑤시고, 고추를 조몰락조몰락 만지고, 발로 장난감을 뻥 찬다면...” 사이토 타카코의 글과, 그림은 공포심을 조장한다. 클레이기법에 의해 완성된 입체적인 그림은 동화 속 캐릭터가 보여주는 ‘깜찍함’과는 거리가 멀다. 잘못된 습관의 폐해를 보여주기 위해 몸에 구멍을 뚫거나 길게 늘이는 방식은 과감하고 사실적이다. 이는 기존의 동화책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이야기가 아닌, 시각적 효과만으로 교육적 역할을 다하는 ‘신통방통’ 동화책.
▶선정작과 각축전을 벌인 올해의 좋은 책들(무순)
<내려놓음>(규장/종교),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인물과사상사/사회),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소설), <온더로드>(넥서스/에세이), <한국의 젊은 부자들>(토네이도/경제), <출판창업>(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경영),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한길아트/예술), <부의 미래>(청림/경제), <타샤의 정원>(윌북/에세이),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김영사/인문)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