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휴대폰 전문 오픈마켓. 처음 그가 휴대폰 오픈마켓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모두 만류했다. 소위 잘나가는 증권사를 다니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 휴대폰을 파느냐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고민했다. 연봉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이동통신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증권사로 이직한 후에도 모바일 산업을 연구했다. 연구를 거듭할 수록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하는 데 비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휴대폰 유통구조에 대한 아쉬움이 쌓였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새로운 시장이 보였다.
주변을 돌아봐도 휴대폰을 구매할때면 넘쳐나는 정보에 비해 필요한 정보가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발품을 팔아 판매점에 가면 가는 곳마다 말이 달라 어느 곳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영세한 휴대폰 판매자들은 치열한 경쟁에 밀려 판매 창구가 없었다. 유통구조가 혼탁한 탓이다. 고민 끝에 결심했다. 정직한 정보로 유통구조의 불투명함을 바꿔보자고. 작전명 '착한 바람' 의 시작이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이동통신 사업이었어요. 휴대폰 유통시장이 불투명해 개선할 점이 많았고 그만큼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시장성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박종일(사진·37) 착한텔레콤 대표는 지난 1년을 그렇게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6월 KDB대우증권(스마트금융부)을 나와 다음달인 7월 휴대폰 전문 오픈마켓 착한텔레콤(goodmobile.kr)을 열었다. 휴대폰 유통시장에 '착한 바람'을 일으켜 구매자, 판매자 중개인이 모두 행복한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평생 일터를 일구기 위한 꿈 때문이다. 박 대표는 "50대에 회사를 떠난 후 새 일을 시작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며 "평생 할일이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개척해 생존확률을 높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해도 무조건 응원해주는 '대인배' 아내와 꿈을 나누는 동료가 현재 그의 버팀목이다.
다행히도 그는 요즘 바쁘다. 휴대폰 요금이 30년 만에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박 대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서다. 통신정책 변화와 전망에 대해 언론사들이 앞다퉈 그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다. 착한텔레콤에 상담을 요청하는 소비자도 20배 급증했다. 최근 문의전화는 하루에 200여통으로 늘었다. "통신 서비스가 보편적인 서비스인데 반해 정작 소비자들에게 필요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찾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저에게)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몸은 힘들어도 바빠서 다행입니다.(웃음)"
그가 바쁜 이유는 착한텔레콤 때문 만은 아니다. 책까지 쓰고 있어서다. 박 대표는 요즘 핀테크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이미 스마트패드생존전략(2011), LTE신세계(2012), 모바일트렌드 2014(2013), 모바일트렌드 2015(2014) 등 네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재능은 없는데 호기심과 욕심이 많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요즘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 데이터 요금제. 박 대표는 어떻게 바라볼까. 일단 긍정적이다. 그는 "기존 요금제에 데이터요금 서비스가 추가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특히 택배기사와 같이 음성통화가 많은 사람은 무조건 데이터요금으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화는 적고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기존 요금제와 새 요금제 구간을 비교해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휴대폰 유통시장에 착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고폰 전용 쇼핑몰 세컨폰 사이트(2ndphone.kr)도 열었다. 그는 "고가의 휴대폰 구매가 부담스런 소비자를 위해 중고폰몰을 오픈해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며 "소비자의 현명한 구매를 돕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