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유수환 기자] 오늘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들은 대출 광고지를 기웃 거린다. 필요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무섭다는 사채업자에까지 손을 벌린다. 결국 빚은 서민의 삶을 옥죈다. 몇 푼 되지 않는 그 돈이 서민의 삶을 옥죄는 ‘덫’이 된다.
빚은 가벼이 여길만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06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더군다나 소득대비 부채증가 비율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많은 서민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
하지만 대부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재 등록한 대부업체는 1만5000여개가 넘는다. 미등록 대부업체까지 더하면 대부업체는 4~5만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100억원이 넘는 대부업체의 총 자산은 10조 1605억원에 달한다.
고금리 대부업 문제는 더 이상 쉬쉬할 문제가 아니다. 연 34.9%인 국내 대부업의 법정 최고 이자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이 마저도 법적 이자율을 무시하고 폭리를 취하는 불법 대부업체들이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불법 대부업자들은 채무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교묘히 이용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이자율을 요구하기도 한다.
빚 압박에 못 이긴 채무자들의 삶은 벼랑 끝에 놓인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면 야반도주, 가정파탄, 자살 등을 택한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한 사회운동가는 10여년 넘게 불법 대부업에 맞써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약탈적 대출시장의 문제 개선을 위해 10년 넘게 활동한 사회운동가다. 송 사무처장은 한 때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진보정치 상징적인 브레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다른 길을 택했다. '약탈적 대출'시장에 고스란히 노출된 서민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정당의 정책전문가 등을 맡을 기회도 많았지만 ‘민생’을 택했다.
송 사무처장은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며 “신당(진보신당)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대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만큼 대부업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사무처장은 대출 피해자들이 문제에서 벗어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송 처장은 이 일을 시작한 뒤 많은 대출 피해자들을 구제했다. 자영업을 했던 A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과 사기죄로 고소까지 당해 자살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A씨는 송 사무처장과 상담 이후 대출 문제가 해결됐고 오히려 부당한 이득을 취한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1000만원을 돌려받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도 종종 접하곤 했다. 일부 채무자들 중에는 대부업체들의 압박에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간혹 있었다고 그는 토로한다.
송 처장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은 채무와 관련된 주변 사람에게 빚 독촉을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빚 독촉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집이나 회사 방문과 같은 빚 독촉 행위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에만 처벌된다. 대부업체들은 이를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송 처장의 설명이다.
송 사무처장은 불법 추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뿐 아니라 높은 고금리도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대부업 법정 최고 이자율(34.9%)를 연 10~20%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대부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일본의 최고 이자율도 연 15~18% 정도다.
그는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은 상상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영역”이라며 “만약 사업이 어려울 경우 무리하게 대출을 받기 보다는 부도나 경매를 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특히 그는 “카드 돌려막기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지적한다.
송 사무처장은 약탈적 대출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한다. 그는 “법은 피해자의 상황 보다는 증거를 더 우선시 한다”며 “채무자들은 어떤 경우에라도 거래내용을 영구히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