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은성기자] 금융권이 '대우조선 쇼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 천문학적 규모인 3조원대 적자를 낸데다 이마저도 회계 반영을 늦췄다는 의혹이 나온 탓이다.
국내 은행이 대우조선에 빌려준 돈은 21조7000억원. 대우조선 경영상태가 더 악화하면 은행은 물론 국가 경제도 휘청인다. 국민연금도 걸려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두 차례 대우조선 주식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4%(766만776주)를 갖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피멍이 들었다. 대우조선 주가는 지난달 말 부실회계 의혹이 터진 후 1만4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조선회사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고 공시한 대우조선을 믿은 투자자들이 부실회계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다.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자 뒤늦게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 관리 책임을 묻기 위해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0년간 자행 출신 인사를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로 임명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고 받았다. 사실상 대우조선 자금관리를 산업은행이 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책임론이 제기되자 "대우조선이 보고를 하지 않아 몰랐다"며 대우조선 실사에 나섰다. 산은은 “실사 후 전임 경영진의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법적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자사 출신을 대우조선 재무책임자로 보내놓고 천문학적 부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대우조선은 부실 자산을 한번에 정리해 특정연도 회계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라고 주장한다. 조선업 특성상 벌어진 회계 오류라는 것이다. 조선업은 배를 만드는 작업 단계에 따라 수익을 회계에 반영한다. 빅배스는 기업이 회계상 손실로 잡혀있지 않거나 애매한 부실을 정리하는 것으로 부실자산을 숨기는 분식회계와 다르다는 게 대우조선의 입장이다.
빅배스인지 분식회계인지는 추후 금융당국 조사로 밝혀질 예정이다. 하지만 1조원에 달하는 시가 총액이 증발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아가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증자에도 세금이 투입된다. 이번에도 손실이 난 투자자, 세금을 내야하는 국민은 있는 데 이 사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