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박완서, 호원숙(엮음) ㅣ 달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우리 시대 이야기꾼이었던 박완서 작가. 그녀의 탁월한 글솜씨에는 남다른 배경이 있었다. 바로 가족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달. 2016)는 작가의 30년 소설인생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박완서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우리는 대가족인데다가 어휘가 풍부한 집안이었어요. 수다스럽진 않았지만 가족끼리 많은 말을 주고 받았죠. 그리고 또 중요한 점은 아이의 말을 끊지 않았다는 점이이에요. 바삐 살다보면 아이가 어른에게 부당하게 야단맞는 경우가 있잖아요. 덮어놓고 큰아이를 때린다거나. 그런데 저는 부당하다 싶으면 참지 않고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다 말대답을 했어요. 우리 엄마는 그것을 끝까지 들어주셨고 작은어머니는 ‘아유, 계집애가 저렇게 말대답을 하는데 놔두면 어쩌냐’고 엄마한테 뭐라하셨죠. 나는 아이들이 자기 논리를 세워 말하도록 끝끝내 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봐요.” (본문중)
박완서 작가 소설의 원천은 대가족이 아니었을까. 어린 박완서 작가의 말대답을 들어주었던 어머니의 교육철학이 엿보인다. 그 시절 보통의 어머니라면 꼬박꼬박 말 대답한다고 눈을 흘겼을 것이다. 요즘은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기 위해 돈을 들여 독서와 글쓰기를 배우고 말을 잘하기 위해 토론을 배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족처럼 따뜻한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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