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현수 기자] “전공의 시절 중환자실을 지키면서 읽게 되었던 책입니다. 죽음, 어긋남, 그리고 불안에 대한 담론을 조용히 이어가죠.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완벽한 이야기입니다.”
에세이 작가이자 흉부외과 의사 정의석은 예스24 '채널예스'의 '명사의 서재' 코너에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까치. 2014)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밀란 쿤데라와 종종 비교되는 동유럽 여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3부작 소설이다. 단시간 내 무려 20여 개 국어로 번역돼 '조용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이 책에 대해 "철학자로서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세계가 그 안에 있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소설가 신경숙, 김연수 등 명사들이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 책은 같은 철자에 순서만 다른 이름의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이야기를 다룬다. '비밀노트',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고독'을 한 권으로 엮은 작품이다. 1부 비밀 노트에서 한 몸처럼 지내던 루카스와 클라우스가 2부 타인의 증거에서는 각각의 삶을 살게 된다. 이후 3부 50년간의 고독에서는 두 사람의 기억이 서로 공유되고 가족 관계는 상호 모순을 드러낸다.
1부에서 폭력적 암흑 세계와 악마적 진실의 소용돌이를 그린 데 이어 2부에서는 1956년 헝가리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체제에서 아이덴티티를 상실하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이후 3부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 후 아이덴티티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 존재와 그 아이덴티티의 불확실성을 끊임없이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