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늘 죽음 목격하는 '유품정리사'의 인생수업
[추천 이 책] 늘 죽음 목격하는 '유품정리사'의 인생수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2.1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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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명사들의 명언이나 여행 운운하며 삶을 말하는 에세이보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 있다. 확고한 신념 아래 마음으로 쓴 글이 그렇다. 이런 면에서 고인의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가 전하는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청림출판.2015)은 추천할 만한 책이다.

유품정리사가 전하는 서른 편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반응, 그들의 사연은 ‘삶이 어떻다더라’라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이야기 자체로 인생수업이다.

저자는 이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천 명이 넘는 죽음을 마주했다. 변사체를 수습하러 간 날, 긴 머리카락으로 여자라는 짐작만 할 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앞에 모두 코를 막고 떨어져 있었다. 그때 누군가 뛰어들어와 사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고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한참을 머물렀다.

가슴 아픈 현장은 이뿐만 아니다. 화목한 가정에 반듯했던 딸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일 년이 지났다. 어느 날 신내림을 받은 딸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넘치는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한 도피였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죽음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는 안구가 터진 채 피를 흘리는 앙상한 시추 한 마리가 있었다. 죽은 주인 옆에서 오랫동안 짖어 안압이 올라 생긴 일이다. 얼마나 짖었을까 그리움 때문에 눈을 잃은 작은 생명이 애처롭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딸을 위해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홀로 쓸쓸히 죽어간 아버지, 아이를 죽이고 목을 맨 미성숙한 부모, 월급을 털어 삼십 명의 노숙인을 거둔 한 남자의 사연. 책은 누구나 맞게 될 ‘죽음’을 목도하게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추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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