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책] 우리 몸의 지배자는 바로 미생물
[추천 이책] 우리 몸의 지배자는 바로 미생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07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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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지음 | 조은영 옮김 | 시공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우리 몸은 살과 피, 뇌와 피부, 뼈와 근육 등 10퍼센트의 인체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90퍼센트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인 셈이다. 신간 <10퍼센트 인간>(시공사. 2016)은 우리가 지나쳐온 미생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2005년의 어느 여름밤에 있었던 저자의 경험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당시 그녀는 박쥐에 빠진 스물두 살의 생물학도였다. 그녀는 말레이반도에서 스무 마리의 박쥐가 담긴 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숲길을 걸어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발목에 가려움증이 느껴졌다. 온 몸을 벌레퇴치제와 두툼한 옷으로 중무장했음에도 “뭔지 모르지만 가려운 놈”이 옷 속으로 들어온 것.

확인결과 그것들은 살인진드기였다. 50마리 정도가 살에 박혀 있거나 다리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후 그녀는 살인진드기가 옮긴 열대 풍토병으로 고생했고 독한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한 후에야 나았다. 그 병은 고쳤지만 이후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항생제 과다투여로 몸속에 살던 착한 균과 미생물이 살수 없게 된 것이 이유였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겨우 10퍼센트 인간일 뿐이다. (...)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 우리의 장腸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리터짜리 대장 안에서 장벽의 주름을 편안한 더블베드로 삼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놓았다.

아마 우리는 평생 아프리카코끼리 다섯 마리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미생물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득시글거린다. 손톱 밑에는 대영제국의 전체 인구보다도 더 많은 미생물들이 보이지 않게 숨어 있을 것이다.” (7~8쪽)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미생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에 따르면 미생물은 우리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필수 동반자다. 미생물의 불균형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불안 장애나 강박 장애, 우울증, 또는 자폐증 처럼 정신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후 책은 우리 몸의 지배자인 “나머지 90퍼센트”, 즉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제2의 게놈 프로젝트인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를 통해 몸속 미생물이 어떻게 비만이나 피부 질환,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밝힌다. 또한 항생제 남용과 무분별한 제왕절개, 신중하지 못한 분유 수유나 항균 제품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우리 몸에 나쁜 흔적을 남기는지 이야기한다. 더불어 획기적 치료법이라 할 수 있는 “대변 미생물 이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한다.

미생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저자의 재치있는 글과 다양한 예를 통해 쉽게 소개된다. 그것이 저자의 깊이 있는 연구 결과임은 당연하다. 장내 미생물총의 조성이 비만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폐 증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놀랍다. 책을 통해 우리의 몸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이 큰 수확이자 기쁨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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