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20대 총선 결과 16년만의 여소야대 및 지역구도에 일대 변혁이 일었다. 이에 권력에 임하고 물러나는 경우의 처신은 어떨까. 사실 공직자에게 권력이란 용어도 올바른 쓰임이 아니다. 정책의 대리 결정권을 임시로 맡겼을 뿐. 이와 관련해 다산 정약용은 해관육조(解官六條)에 공직자의 행실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수령이 부임할 때는 봉공(奉公)과 애민(愛民)의 마음으로 선정을 펼치고 퇴임 시에는 다음과 같은 6가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첫째는 체대(遞代), 즉 임무교대다. 천박한 수령은 관아를 자기 집으로 알아 오랫동안 누리려 하며, 퇴임이나 교체 통보가 오면 마치 큰 보물이라도 잃은 듯 여긴다. 이에 반해 현명한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항상 떠날 준비를 한다. 마치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았다 훌쩍 날아가듯 말이다.
둘째는 귀장(歸裝)이다. 이임하는 수령의 이삿짐은 가벼워야 한다는 뜻으로, 재임 중에 모아둔 대물을 바리바리 싣고 가지 말라는 얘기다. 무릇 맑은 선비는 돌아갈 때 행장이 조촐해 낡은 수레와 야윈 말뿐인데도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들어야 한다.
셋째는 원류(願留)로 백성들이 수령의 인품과 선정에 감동해 가는 길을 막고 유임을 간청할 정도가 돼야 한다. 넷째는 걸유(乞宥)로 수령이 형식적인 문서나 법령을 위반했을 때 백성들이 몰려가 임금께 용서를 비는 것으로 평소 수령에 대한 백성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다섯째는 은졸(隱卒)이다. 수령이 재직 중 죽으면 아전과 백성이 상여에 매달려 울며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마지막은 유애(遺愛). 죽은 뒤에도 백성들이 수령을 사모해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 그가 백성에게 사랑을 남겼음을 알 수 있다.
행정전문가로 30년 공직생활을 한 저자가 쓴 <신뢰의 발견>(알에이치코리아.2016)이 전하는 내용이다. 지금 상황에 다산이 말하는 원류, 걸유, 은졸, 유애는 바라지도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다만 체대와 귀장의 정신이라도 지켜진다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정치권이 되풀이하는 세습적 정치인을 양산하는 것부터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공무원 100만 명 시대, 공직자로서 비효율적인 공적 업무 방법을 고민하는 저자의 태도가 진솔하게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