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경제지면 기사 한 단락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소위 ‘전문용어’를 알아야 해서다. 경제학자, 경제기자, 경제평론가들이 일반인들의 기를 죽일 때 꺼내 드는 카드도 바로 ‘디커플링’이니 ‘베블런 효과’니 ‘홀드업 문제’니 하는 전문용어다.
사실 용어의 의미를 알면 그리 대단한 내용도 아니다. 왜 단어를 이렇게 어렵게 쓰나 싶다. <영화 속 경제학>(원앤원북스.2014)의 저자의 생각이다. 경제기사의 80%는 용어 이해에 있다. 이에 저자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상황을 유추해 머리에 각인될 수 있도록 영화로 경제를 풀어냈다.
가령 앞서 언급한 ‘디커플링’이란 경제용어는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2007)의 등장인물 간의 삼각관계로 설명한다. 사랑에 속도가 있듯 두 사람의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커플링’ 즉 동조화라면, 서로 엇갈리는 사랑은 ‘디커플링’이라는 것.
이는 경제에서도 의미가 같다. 두 나라 환율·주가·금리 등 금융지표나 경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커플링이다. 예로 대미 수출이 많은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와 동조화가 심하다. 전날 밤 미국 주가가 상승하면 다음 날 아침 한국 주가도 오르고 미국 주가가 내려가면 다음 날 한국 주가도 내려간다. 경제구조가 유사하면 동조화 현상은 심해진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가 많다. 대미 의존도가 줄고 대중 수출이 늘어난 까닭이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해외투자자들의 대체투자가 활발한 것도 이유다.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해외투자자들이 나스닥에서 돈을 빼 한국의 코스피에 투자하면 한국 주가는 오르는 이치다.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환율은 하락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와 반대거나 제자리의 경우를 디커플링으로 부를 수 있다. 국가와 국가 혹은 세계 경기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현상을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디커플링 관계다. 사랑의 화살이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해있어서다.
경제가 어렵고 멀기만 하다면 영화와 경제를 엮어 쉽고 재밌게 풀어낸 이 책으로 첫걸음을 떼보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