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길냥이 밥을 주거나 유기견을 보듬는 사랑이 많은 감동을 안겨주지만, 길가에 핀 꽃을 돌보는 이를 발견했을 때의 감동은 차원이 다른 힐링을 가져다 준다.
시루떡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었다. 8월 11일 오후 2시쯤이었다.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 있는 작은 빌라 앞. 한 아주머니가 주차된 자동차와 빌라 담 사이에 끼어 있었다. 망부석처럼 서 있는 모습에서 작은 손놀림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아주머니가 여리디여린 나팔꽃 순을 철조망에 감고 있었다.
차가 주차되어 있어 사람들 눈길이 닿지도 않는 담. 누가 거기 핀 나팔꽃을 본다고 이 더운 날, 저리도 정성을 쏟고 있는 걸까.
아주머니는 여린 나팔꽃 덩굴이 도로로 뻗어 차에 짓밟힐까봐 걱정되었으리라. 그래서 나팔꽃 덩굴을 가시철조망에 감아주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에서 자생하는 나팔꽃을 보는 일은 여름 날 소나기처럼 반가운 일이다. 아주머니도 작은 나팔꽃이 사랑스러워 자식 돌보듯 했으리라.
기형도 시인은 시에서 겨울에게 겸손을 배웠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여름에 무성하게 뻗는 나팔꽃에게 작은생명의 소중함을 배운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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