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행복의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돈, 관계, 외모, 학벌, 직업. 그 중 빵을 만들면서 행복을 가꾸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서른의 남자가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대학에서 무기재료를 전공해서 자재 관련일을 했다. 회사에서도 능력있는 직원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했다. 십 년이 지나도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문득 잊을 수 없는 빵이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 가출했을 때였다. 고향 충남 공주의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기도원 옆에 기거하는 노인 한 분이 함석판을 잘라 만든 빵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 아궁이에 넣었다. 놀랍게도 따끈따끈한 식빵이 나왔다. 정말 맛있었다.
서른에 빵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남자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사장은 말렸다. 6개월 동안 사표를 수리 하지 않았다. 유능한 직원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빵을 만들겠다는 모습이 위험해 보였으리라.
남자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빵을 배웠지만 재미있었다. 몸에 좋은 건강한 빵을 만들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가 이태원에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가게를 열었을 때 전에 일하던 회사 사장이 찾아왔다. 잔돈으로 바꿔 줄 때 쓰라며 빳빳한 천 원짜리로 백 만원을 건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때 끝까지 말렸으면 어쩔 뻔했나 싶구만. 빵 만들고 있는 걸 보니 잘한 일 같다."
남자에게 빵가게는 놀이터이자 인생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작업실이다. 덤으로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행복은 누가 손에 쥐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늦었으면 어떤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인지도 모른다.
이 내용은 <수상한 주인장>(넥서스북스.2011)에 나오는 '아궁이에 구운 함석판 식빵의 추억'의 내용을 편집,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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