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물질적 풍요는 있지만 사람 마음은 메말라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읽으면 좋은 그림책이 있다.
<비에도 지지 않고>(그림책공작소.2015)는 미야자와 겐지의 자화상 같은 시를 담은 그림책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연을 사실감 있고 따뜻하게 그렸다. 그림 밑으로 한 줄 한 줄 들어 있는 싯구절이 들어 있어 마치 자막 있는 영화를 보는 듯하다.
시인은 냉해와 가뭄이 심한 이와테 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시인은 거친 자연 조건에 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자연 관찰이나 광물에 관심이 많았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학교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했다. 나아가 그 시대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어려움을 나누고자 했다. 시에는 그 마음이 잘 담겨 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소박하고 욕심 없이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살기 힘들지만 다른 이들을 보살펴주는 마음도 햇살처럼 따사롭다. 어려울수록 사람이 어울려 살아야하는 공동체의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