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신영복 “내가 아끼는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
[30초 책읽기] 신영복 “내가 아끼는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1.0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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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지음 | 돌베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동서고금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이다. 주역(周易)의 효사(爻辭)에 있는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절망을 희망으로 일구어내는 보석 같은 금언이다.

석과불식의 뜻은 ‘석과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씨과실’이다. 초겨울 삭풍 속의 씨과실은 역경과 고난의 상징이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가 바로 석과불식이다. 씨과실을 먹지 않고(不食) 땅에 심는 것이다. (중략) 석과 불식은 단지 한 알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에 관한 철학이다. 정치의 원칙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돌베개.2017)중에서.

고(故) 신영복 선생은 이 언어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교훈은 세 가지라고 전했다. 첫째,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엽락(葉落)’, 둘째,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나무의 뼈대를 직시하는 일 ‘체로(體露)’, 셋째 ‘분본(糞本)’은 나무의 뿌리를(本) 거름(糞) 하는 일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에 만연해 있는 환상과 거품을 걷어내고 삶의 근본을 바라보라는 교훈이다. 또한 그 근본인 뿌리인 ‘사람’을 키워 아름답게 꽃피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스승은 이런 사유를 하는 사람이다. 신영복 선생의 단단한 언어가 그리운 이유는 진정한 스승의 부재가 주는 적막함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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