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앙투안 콩파뇽 지음 | 장소미 옮김 | 책세상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16세기에 살았어도 현대인이 쓴 것 같은 글 감각을 지닌 작가가 있다. <수상록>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다.
<수상록>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짧은 글로 지극히 개인적인 색채를 띤 글 모음집이다. 무려 백 편이 넘고 양은 천 페이지에 달한다. 500년 전 그가 살았던 시기 에세이라는 장르가 없었으니 논문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한 저서다.
사실 <수상록>이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쉽게 읽힐 책도 아니다. 에세이 특징이 그렇듯 어디든 발췌해 읽기 좋아도 몽테뉴를 제대로 알려면 책을 완독해야 한다. 이번 추천서로 꼽은 <인생의 맛>(책세상.2014)은 몽테뉴가 남긴 단 한 권의 책 <수상록>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격인 책이다.
책은 몽테뉴의 <수상록>을 40개 키워드로 프랑스 지성이자 석학으로 통하는 앙투안 콩파뇽이 자신의 사유를 덧붙여 해석한 일종의 몽테뉴 안내서다. 2012년 프랑스에서 인기를 끈 라디오방송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의 원고를 묶었다.
수상록 마지막 장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추천서를 포함해 독서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말은 절반은 말하는 자의 것이고, 절반은 듣는 자의 것이다.”
<수상록>을 읽기 전 애피타이저로 좋다.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몽테뉴를 깊이 사랑할지도 모른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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