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엑스레이 아트(X-ray art)’? 다소 생소하다. 엑스레이는 약 120여 년 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Wilhelm Roentgen, 1845~1923)이 우연히 발견했다. 이것은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예술분야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병원이나 공항에서 하는 엑스레이 촬영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사진도 그 중 하나다. 이는 바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예술뿐만 아니라 상업 분야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엑스레이 아트의 세계적인 거장으로 알려진 ‘닉 베세이(Nick Veasey, 1962~)’의 작품 전시가 지난 22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최초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5개의 섹션으로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전시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그가 직접 한국을 찾아 전시 개막일인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영국 출신의 엑스레이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인 닉 베세이는 20여년에 걸쳐 만들어낸 작품을 통해 표면 속에 감추어져 잘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방사선을 취급해야 하는 그의 작업은 다소 위험하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을 피상적이라며, 대상의 본질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전시장 1관은 운동화와 전화기, 오토바이, 거대한 항공기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모두가 엑스레이로 촬영한 것이어서 색다르다. 특히 그의 대표작 ‘Plane in hanger'(2001년작)는 거대한 보잉777을 촬영한 것으로 항공기의 구성품을 하나씩 촬영한 후 500개가 넘는 이미지들을 합쳐 만든 것이다.
2관은 자연에 대한 경외를 주제로 꽃들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을 전시했다. 평면 사진을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해 마치 꽃송이가 춤을 추는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다양한 인체 구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3관에서는 다소 ‘섬뜩한 방법’을 이용한 사진을 볼 수 있다. 사망한 사람의 실제 시신 '프리다(Frieda)'로 촬영한 것이다. 시신이 사후 경직이 진행되는 8시간 이내에 촬영한 것이어서 다소 놀랍다. 작품 버스 ‘Bus’(1998년작) 속 사람들은 모두 같은 사람이다. 즉 1구의 시신을 사용해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뉴욕 근교의 정형외과 홍보를 위한 광고사진으로 맨해튼을 오가는 통근버스에 부착되었다가 사람들의 항의 때문에 1주일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패션을 소재로 한 4관에서는 현대인의 소비에 대한 물음과 함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가 사람의 권력과 지위를 대변하는 현시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다.
‘시각의 전복’이라는 주제의 5관에서는 닉 베세이의 2017년 신작을 볼 수 있다. 그가 영국 런던의 대표 미술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The V&A Museum)와 협업한 ‘발렌시아가 프로젝트(Balenciaga Project)’ 작품이다.
각 전시관 마다 사진작품들 뿐만 아니라 닉 베세이가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을 상영해 주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하면서도 독특한 엑스레이 아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8월 27일까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