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핸드폰을 한시도 떼놓지 않는 신인류를 ‘호모 모빌리언스 Homo Mobilians’라 부른다. 카이스트 이민화 교수가 주창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신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스마트폰은 그만큼 우리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스마트폰 한 대가 만들어질 때 누군가는 모질게도 자살로 소중한 삶과 결별을 택하고 어느 곳에서는 내전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피눈물’ 위에서 탄생한 셈이다.
예컨대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는 지난 2010년 근로자의 연쇄 자살이 화제였다. 2010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직원 24명이 강압적인 근로 환경과 고독한 생활에 자살을 시도하고 그중 20명이 사망했다.
근로자의 80%가량이 일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씩 일했고 반강제적인 초과근무는 매달 80시간이 넘었다. 급여는 월평균 생활비 정도만 간신히 부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잡담을 금하고 화장실 사용을 3회 이내로 제한하는 등 노동자를 기계 부품이나 로봇처럼 취급했다.
주문량이 많을 때는 휴식시간 마저 제한하고 실적이 부진한 근로자에게 정신 교육까지 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엄격한 규율은 물론 노동력을 24시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기숙사를 운영했다. 스마트폰 생산 이면에 서린 인권 침해의 일면이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 전자회로에 쓰이는 탄탈륨 때문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내전이 지속됐다. 콜탄이라는 금속 물질에서 만들어지는 탄탈륨은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대량 생산된다. 비록 지금은 전 세계 콜탄 중 겨우 10%만 생산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 전 세계 콜탄의 80%가 묻혀 있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컴류터 칩 주재료로 콜탄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부를 가져다주는 금속으로 알려져 주민의 삶은 더 황폐해졌다. 콜탄이 밀집된 동부지역은 반군 점령 지역으로 반군은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주민을 강제로 콜탄 채굴로 내몰고 콜탄을 판 돈으로 무기를 사들여 내전을 치러서다. 가뜩이나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내전이 계속됐던 차에 콜탄까지 보탠 형국이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신상품이 나오는 휴대폰에 이처럼 많은 사람의 고통이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7가지 상품사슬 따라 세계지리를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서해문집.2017)가 전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