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나라 영공은 궁중의 여인들에게 남장을 시켜 놓고 즐기는 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곧 백성들 사이에 유행되어 남장한 여인들이 늘어났다. 그러자 영공은 재상 안영에게 궁 밖에서 남장하는 여인들을 처벌하라고 명령을 내리게 했다. 그러나 그 유행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영공이 안영에게 그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궁중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의 여인들에게는 금하였습니다. 이는 마치 밖에는 양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라도 궁중의 여인들에게 남장을 금하십시요. 그러면 궁 밖의 여인들도 남장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영공은 깨우친 바가 있어 즉시 궁중의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금하였다. 그러자 이튿날부터 제나라에서는 남장한 여인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 유하혜는 공자, 맹자가 칭찬할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동생 도척은 이름난 큰 도둑으로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도척은 “강도를 하러 들어갈 때 먼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의(義)다”라고 큰 소리쳤다고 한다. 후한의 광무제가 내린 조서에서 그것을 빗대어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말린 말고기를 팔며 도척이 공자어를 한다”라고 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이같은 위선과 거짓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성도나 목회자를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교회 헌금을 자기 금고처럼 생각하고 있는 목회자가 설교 시간에 하나님에게 예물을 바치라고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전도할 때 사랑과 용서를 주장했던 성도가 자기 이득을 위해 남을 헐뜯고 속이는 행위를 보면 참으로 역겹기만 하다.
이같이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앙의 위선은 바로 교회를 위선의 요람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 볼일이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같은 수법을 동원해서 교회 돈을 횡령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도덕 불감증이 난무한 교회의 위선적인 신앙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도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남들처럼 할 짓 못할 짓 다하고 나서 당당하게 교회를 찾는 성도들에게 비신자들은 무엇을 느낄까?
위선적인 신앙은 금방 들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질병이 참신앙보다 더 잘 전파된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 우리 기독교 신앙이 살아 있지 못하고 병들어 있는 것도 다 이런 연유 때문이다.
임종권국장 ljg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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