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엄마가 그립다 ⑥ 엄마가 그립다 ⑥ 예배당을 건축하는 동안 어머니는 생선 한 토막도 상에 올리지 않았다. 반찬이라고는 묵은 김치가 전부였다. 하지만 묵은 김치도 떨어졌고, 어머니는 밥상은 들고 일어서기가 참으로 민망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열무 씨를 뿌리지도 않은 콩밭에 열무가 있더란다. 얼마 되지도 않거니와 가족들에게 단 한 번 맛있는 김치를 먹이고 싶어서 열무를 모조리 뽑아다 김치를 담았다고 하셨다.김치가 거의 떨어져 갈 무렵, 콩잎을 따서 간장에 절일까 하고 밭에 갔더니 열무가 여기저기 또 솟아나 있어서 역시 모조리 뽑아 오셨다고 했다. 그런 기적 같은 일은 김장열무가 나오던 가을까지 이어졌는데 어머니는 그 일을 두고 하나님께서 열무 씨를 계속 뿌리신 거라고 하셨다. 물론 그 시절은 냉장고가 집집마다 흔하게 있었던 시절도 아니었고 수필 | 박은자(동화작가) | 2015-02-07 16:09 엄마가 그립다 ⑤ 엄마가 그립다 ⑤ 엄마, 엄마, 엄마...엄마를 불러보면 가장 먼저 고여 오는 생각들은 내가 엄마한테 불효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불효했던 것보다 더 마음이 애달파지는 것은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엄마보다는 세상을 더 많이 쳐다보았다. 엄마보다는 책을 더 좋아했고, 엄마보다는 내 삶에 더 몰두했다. 지금 내 앞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고 또 엄마가 있다면 나는 당연히 엄마와 시간 보내는 것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엄마가 하시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고, 엄마에게 다정한 딸도 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마에 대한 기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오늘 시작하는 이야기는 지금부터 50년도 더 지난 정말 오래된 기억이다. 아마도 세 살이나 다섯 살쯤 되는 아주 어렸을 때였던 것 수필 | 박은자(동화작가) | 2015-02-07 16:06 엄마가 그립다 ④ 엄마가 그립다 ④ 지난 추석 기간에 늙은 어머니를 자식들이 버리는 이야기가 드라마로 방영 되었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 애썼던 어머니는 늙어서 아무 힘이 없고 병이 들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택시에 태워진 채 자식들 집을 전전했지만 어머니를 받아주는 자식이 없었다.드라마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늙고 병드신 어머니를 거부하는 자식들의 모습, 나는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우리 엄마는 효부 중에 효부셨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셨다. 어느 날, 아버지와 엄마가 말다툼을 크게 하신 적이 있다. 서로 이혼까지 거론하면서 크게 싸우셨는데 이혼하자는 결론을 내 놓고는 아버지가 엄마한테 말씀하셨다. “이혼해도 당신이 우리 아버지한테 잘해 준 것은 절대로 잊지 않을게.”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은 물 수필 | 박은자(동화작가) | 2015-02-07 16:03 엄마가 그립다 ③ 엄마가 그립다 ③ 엄마, 엄마라는 어휘에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희생을 생각할까? 사랑을 생각할까? 미소를 생각할까? 나에게 엄마는 기도와 동의어다. 어머니는 기도와 전도를 온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다. 어머니는 얼마나 기도하기를 원하셨는지 밤새도록 예배당에 머물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밤새도록 예배당에 있을 수가 없었다. 담임목사님이 전기료 많이 나온다고, 밤새도록 시끄럽고 신경 쓰인다고 어머니 앞에서 노골적으로 말했던 것이다.그 날 어머니는 몹시 상심해서 내게 오셨다.“지하라 기도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데, 사택에는 절대로 안 들리는데 시끄럽다고 하더구나. 전기료가 그렇게 많이 나오나? 나 혼자 있을 때는 아예 불을 끄고 기도하는데.......”“전기요금 내겠다고 하지 그러셨어요?”내가 마음이 좀 상해서 말하자 수필 | 박은자(동화작가) | 2015-02-07 16:02 엄마가 그립다 ② 엄마가 그립다 ② 어머니가 나를 찾아와 한참을 기다리셨다. 하지만 계속 밀려드는 수강생들로 인해 어머니를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 피아노 열다섯 대는 꽝꽝 울려대고, 레슨을 기다리면서 이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재잘재잘 떠들어대고 있었다.어머니가 아이들이 이론공부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더니 중얼거리신다.“내가 좀 알면 가르쳐 줄 텐데.......”지나가다가 어머니가 중얼거리시는 소리를 듣고 혼자 생각했다.‘노인네가 무슨.......’생각해보니 그 때 어머니 나이는 지금 내 나이보다 적은 나이였다. 어머니는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지만 많은 나이가 아니었다. 결코 노인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엄마는 젊은 사람이 아니라 노인네였다. 엄마와 스무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녀사이가 아니라 자매 같다는 말을 해도 나에 수필 | 박은자(동화작가) | 2015-02-07 15:57 엄마가 그립다 ① 엄마가 그립다 ① 어머니의 추도식 날, 예배 도중에 잠간 어머니와의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맨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 일은 너희들이 모르는 일이다.”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일들 가운데 자식들이 모르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만 될까? 우리들은 두 분이 어떻게 만났는지, 언제 사랑이 시작되었는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어머니, 아버지, 그 두 단어 앞에서 자식들은 모든 것을 다 당연하게 여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비명에 언제든 달려오시는 분이 어머니였고, 내가 무엇을 요구하든 어머니는 거절하지 않으셨다. 지나고 보니 내가 어머니께 요구했던 것은 대부분 부당한 것들이었다. ‘나 때문에 어머니가 참 힘드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한참 후에 수필 | 박은자(동화작가) | 2015-02-07 15:53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