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의 정치적 자의식
한국 기독교인의 정치적 자의식
  • cwmonitor
  • 승인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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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식 목사/보냄과 세움 대표/예수랑교회 담임목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기독교 문화학과 겸임교수

한국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전래 초기부터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순수 복음과 경건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초기 선교사들이 조선 정부와 일본 제국주의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내린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 교회의 비정치화는 그 이후의 한국 교회사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독교인들에게는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것 같으면서도 당파성을 띤 정치 지향적 태도들이 많이 나타난다. 공산주의 체제와 독재 정권 치하의 폭압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꺼려했던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인들이 참여 정부에 들어와서 정치·사회적 입지가 자유로워지자 정치·사회 영역에서 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동은 진정한 기독교성을 담보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중심적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에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에서 공신력 있는 설문 조사를 하여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자의식에 관해 알게 해 준 것은 시의적절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 기독교인의 정치적 자의식은 대체로 보수적이라는 사실이 이번 설문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자신의 평소 생각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에 대해서 응답자 70.8%가 보수적이라고 답했고 39.2%만이 진보적이라고 답했다. 연령 별로 살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스스로를 보수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다. 50세 이상은 77.8%, 40대는 73.8%, 30대는 66.5%, 20대는 65.3%로 나타났다. 이것은 기독교인은 보수적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독교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수적이라는 정치적 자의식과 그들이 실제로 보이고 있는 정치적 성향을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답한 기독교인들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개혁적 정치·사회의 흐름에 입각한 변화된 의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보여준 정치 현안에 대한 의식은 자의식과 일치하지 않는 사실에서 그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평화 문제,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 국내 정치 문제, 한미 관계 문제 등에 관련해서도 한국 기독교인들이 보인 설문 조사의 결과는 단순히 보수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점들이 엿보인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보수적 신념에 철저함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조짐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단적인 예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태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방문에 대해서 85.9%가 환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전쟁을 겪은 세대인 50대 이상의 기독교인들도 80.9% 비율로 환영한다고 표하였다. 이런 반응은 매우 특기할 만한 사실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의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방문을 환영하여 현 분단 체제에 대한 평화적 변화를 갈망하는 태도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더 크게는 북한정권에 대한 기독교인의 인식은 상당히 개혁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고 해서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교회에서 목사가 반공사상을 설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7.6%가 “저항감이 생긴다”고 답하였고, 49.2%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하였는데. 이 같은 설문 결과도 공산주의를 기독교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현 기독교인들 사이에는 스스로의 정치 성향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는 보수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감지된다. 이런 사실을 유의해 보면 한국 기독교인의 정치적 정체성은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평가되어야 하며 역사의 정방향을 지향하는 역사의식에 입각해서 재조명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토대로 한국 기독교인의 시대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은 현 한국 교회의 역사적 사명으로 삼을 만한 것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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