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 것이 죄냐
열심히 산 것이 죄냐
  • 피러한(한억만)목사
  • 승인 2019.03.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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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젊은이들 사이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책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최신유행 책은 역시 그들을 위한 감성인지 작년 4월에 출판했는데 벌써 14쇄를 찍었다.   열심히 사는 것이 진리라고 믿고 6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가 마흔 살에 퇴사하면서 결심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앞으로 1년 동안만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려고 일도 하지 않은 채 그냥 계획 없이 살겠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그렇게 일하지 않고 산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내 인생이,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할까하고 그가 실험적으로 살면서 그런 책을 썼던 것이다. 책 제목만 봐서는 ‘그렇게 살다 뒤처지면 당신이 책임 질거야?’라는 반발심도 생기겠지만,  작가가 원하는 바는 열심히 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렇게 살면 뭐 어때?  괜찮다니까!’하며 위로하려고 썼다고 한다.   다른 층보다 청년들이 이 책에 민감한 이유는 굿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지금 10%쯤 되고 있다. IMF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20세에서 30세까지 서울시에만 144만쯤 되는데 그 중에 미취업 청년이 50만 명이 넘는다면 감이 온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고군분투하지만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기에 이 책에 더 큰 공감이 갔던 모양이다.     

우리는 청년세대를  N포세대나 88만원세대 같은 단어를 통해 그들의 현실적 궁핍함을 일컬어 본다.  어찌된 일인지 지금 그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해지는 기이한 세대로 살고 있다.  그러니 불안감과 우울감은 더욱 커가기에 안정적인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50만 명이나 몰려있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답한다고 하니 큰일이다.   이러한 현실에 미 LA타임스는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하버드 합격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이게 칭찬인가. 한국의 비정상적인 ‘공시’ 열풍이 부는 사이에 어느 덧 이 나라는 희망과 열정이 식어버렸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인생은 한 번뿐!’과 ‘현재를 잡아라!’가 서로 연관된 의미가 있다.  이 말의 첫 글자를 딴 욜로(YOLO)가 젊은이 사이에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차라리 지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자는 현재 중시형의 삶을 선호하는 것을 누가 탓하겠는가.   노력해도 되지 않는 현실의 배신과 좌절 속에  미래보다는 현실을 희망보다는 행운이 더 가까이 와 닿기에  지난 해 복권판매 사상최고치 기록을 세운 것과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결단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생에서 열정은 정상을 가기위한 당연한 필수과정으로 여겼다.  하지만 세상은 열정을 갖고 살라고 수없이 가르치면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일이 부지기수였기에 열정 없이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무리수가 아니었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입만 열었다하면 무얼 주겠다고 끊임없이 공약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덧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OECD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에 다다른 것을 진실로 기뻐해야 할 일일까. 결국 열심히 일을 안 해도 먹고사는 시스템 속에 뭐 하러 욕 먹어가며 일하고 세금 내는 쪽을 택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이렇듯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되면서  젊은이들은 꿈을 잃게 되었고 노인들은 할 말을 잃게 되었다. 

어느 독자가 규칙적인 내 생활이 부럽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연약하고 소심해서 이렇게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지 않으면 더 불안하고 힘들다고 답을 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잃고 1년 뒤에 43살인 어머니를 잃었다.  중2 때부터 나는 독립하여 31살 결혼할 때까지 학교가 끝나면 온갖 일을 하고 공부하다 새벽 1시에 잠을 자려면 너무 배가 고파 사발면 끊여먹고 자야 하루가 지나갔다.   그 당시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는 길은 남의 도움이 아니라 내 노력밖에 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열심히 했음에도 열매가 없다할지라도  결국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두는데 내가 다른 것에 염두하고 산다면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기에 나는 앞만 보고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당시 내게 가장 귀감이 되었던  사자성어는  ‘출이반이’(出爾反爾)였다.  그렇다. 자신에게 나온 것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기가 했던 일이 나중에 자기가 다 그 결과를 받는다.  물론 특별한 경우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선악이나 화복은  다 자기가 자초하는 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주변에 어떤 분야든  큰 인물들은 많은 사람들이 따라다닌다.  그를 따르는 이유는 돈과 권력이 아니라 섬김과 진실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누가 말했듯이 인생은 근시안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원시안으로 보면 희극이다.  그러기에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은 노력이다.  물론 지금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흘렸던 땀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는 인생임을 자부하기에  어떤 역경 앞에서도 담대함이란 인생의 가장 값진 유산을 소유하게 된다.   ‘하마터면 게으르게 살 뻔했다.‘ 고백 대신에 ‘한 평생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었기에 그 인생의 길은 분명 아름다웠으리라.  ‘착하고 충성된 종아!’ 이 말을 들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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