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을 쓸 인물도 아닌데
밤새워가며 글을 끼적거리곤 하다 보면
아침을 맞으며 밤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리곤 예쁘게 화장한 밤샘 글을 지워버린다
보이는 것은 눈에 안기지만
마음에 스며오는 것은 자연이니
숨김없이 스스로 있는 것이다
알몸으로 멱감으며 물장구치던
천진난만한 시절엔 부끄럼이 없었지
서로 숨길 것이 없었으니
동무들과 가재도 잡고 물싸움도 하며
자연 그대로 마음껏 뛰놀았지
벗은 몸이 부끄러워졌을 땐
에덴에서부터 때 묻혀 온
무언가 숨기려는 부끄러운 짓 때문
아직도 얼굴을 가려야 한다면 말과 행동이
자신에게 죄를 짓고 있기 때문 아닐까
가면 뒤의 얼굴은 위선자의 자화상 이리라
나를 발가벗기는 나체주의 시 쓰기
자연을 노래하며 옷 입혀지지 않은 시 쓰기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 쓰기
나체주의 시성(詩性)으로 나는 나를 써간다
멋진 옷에 가려진 내 모습이 정말 나인가
나의 민낯을 숨긴 내 얼굴이 진짜 나인가
무슨 대단한 시인이라도 되는 듯
주의를 찾고 넋두리 같은 군소리를 하는 것,
그게 시계(詩契)의 감성에는 어울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내가 이렇게라도 독백하는 것은
나를 자연 그대로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얼굴에 돋아나는 검버섯, 깊이 패어가는 주름살,
푸석해져 가는 피부, 몸뚱이마저 성하지 못한...
그게 나고
그 내가 바로 나의 시라네
시란 나를 진솔하게 써놓은 자서전이다
(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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