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가르치는 교회?
범죄를 가르치는 교회?
  • cwmonitor
  • 승인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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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목사/기장 / 경복교회

썩은 단무지를 재료로 사용한 만두가 시중에 유통된다는 보도로 사회가 술렁였다. 그 술렁임 속에서 음식에 쓰레기를 넣는 범죄행위를 한 업체들의 공개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면서 솜방망이 같은 처벌밖에 내리지 못하는 현행법을 고쳐 엄벌함으로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명단이 공개되자 한 기업체의 사장이 사죄와 동시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자, 명단의 공개가 잘한 일인지, 또 그 조사에는 무리와 오류가 없었는지 화살이 식약청으로 돌려지게 되었고 마침내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선량한 업자들이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며 만두 먹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만두가 쓰레기는 아니다. 썩은 단무지를 넣었기에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업체가 비양심적이지는 않다. 선량한 업자는 구해야 한다. 만두 먹기 운동은 바람직한 일이다. 선량한 업자를 다시 일어서게 해야 한다.

그런데 다시 만두가 잘 팔리려 선량한 업자가 일어설 때 선량치 못한 업자가 독버섯처럼 끼어들어 썩은 단무지를 넣는 일을 막을 방법이 보장되어 있는가? 법을 고쳐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면 얻을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효과는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의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그 대가는 썩은 단무지가 들어간 만두를 먹는 것보다 더 심각한 우리의 부자유함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썩은 단무지를 넣은 만두 사건의 공범이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교회는 져야한다. 모든 직업은 소명이다. 그런데 교회는 ‘예수 믿고 복 받는 복음’은 전했어도, 내 ‘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소명으로 살아가는 복’을 전하지 못했다. 이 기쁨으로 살아가도록 서로를 돕는 일을 가르치는데 소홀했다.
교회가 앞서서 싸고 좋은 것을 찾음으로 양심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키워내지 못했다.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사람이 잘 되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양심적인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고 말았다. 우리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싸고 좋은 것을 찾는 우리의 생각과 삶이 이 세상을 타락시킨 것이다.

싸고 좋은 것이 어디에 있는가? 좋은 재료를 구입하려면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수돗물과 지하수의 값이 다르듯, 위생적으로 만들려면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좋은 재료로 위생적인 과정을 거쳐 만든 만두를 원하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상식을 외면하고 싸고 좋은 것을 찾는다면 상대에게 거짓말과 도둑질을 강요하는 것이다. 도둑질 해오지 않는 한 어떻게 비싼 재료를 써서 싼 값에 어떻게 팔수 있겠는가?
싸고 좋은 것을 찾는 것은 삶의 지혜가 아니다. 직업을 소명으로 받지 못하게 하는 범죄이다.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범죄, 도둑질시키는 범죄이다.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타락시키는 범죄이다.

역설적이겠지만 이제 교회는 값비싼 은혜를 선포해야 한다. 값없이 주시는 은혜가 얼마나 비싼 것인지를 바르게 선포해야 한다.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선포한 나머지, 값없이 받기만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싸고 좋은 것만 찾게 하는 그리스도인을 양산한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범죄이다.

김성일목사 purola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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